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이제 “도덕적 갈등” 세 번째 시간입니다. 7장은 도덕적 의사결정을 더 잘하게 하려는, 도덕철학의 목적에 대해서 다룬다고 하셨어요.

샘: 그게 내가 생각하는 도덕철학의 목적 중 하나인데, 그것 때문에 먼저 이야기할 게 있어요.

강: 예, 선생님. 다원주의와 매듭짓기와 판단에 대해서 말씀하시려는 거죠?

샘: 그래요, 첫째, 가치다원주의는 가치의 성격과 원천에 대한 서로 다른 믿음이 공존하는 상황이죠. 예를 들어, 옳은 행동은 신의 의지에 따르는 행동이라는 믿음이 일반적이고, 또 그게 워낙 강력해서 다른 반대의견들을 침묵시킬 정도면, 도덕적 헤게모니라고 할 수 있죠.

강: 예. 그런데 어떤 행동이 신의 의지에 따르는 행동인지 어떻게 분별하는지 알아야 할 텐데, 이 문제로도 왈가왈부가 있지 않을까요? 또 신의 의지에 따른다고 한 행동 중에도 잔혹한 행위들도 있었고요. 그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샘: 그건 전혀 중요치 않아요. 한 가지 도덕적 관점이 아주 오랫동안 별다른 경쟁적인 관점이 없는 채, 번성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강: 예, 선생님. 다원주의와 도덕적 헤게모니의 비교는 되었고요.

샘: 그런데 지금 직면한 사회는 다원주의 사회죠?

강: 예, 그런데요, 선생님.

샘: 자, 봅시다. 공리주의처럼 결과가 중요하다는 입장, 칸트의 의무론처럼 의도가 중요하다는 입장, 도덕 상대주의, 상황윤리, 종교 근본주의, 세속적 인본주의, 자유지상주의, 그리고 다른 사려 깊은 입장, 모호한 입장, 일관성이 없는 입장, 정합적이지 않은 입장 등등, 참 많아요!

강: 다원주의의 속내가 그렇다는 말씀이고, 그래서 무엇이 문제라는 말씀인가요?

샘: 이 시대가 마치 우리에게 이 모든 입장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강: 예, 마치 모든 게 선호나 취향의 문제이니 반대가 말이 안 된다는 식으로요?

샘: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도덕적 논쟁을 풀어나갈 수가 없다는 인식이 과연 무엇 때문에 생기는 걸까요? 다원주의에 관용의 분위기가 결합된 결과라는 게 내 생각이오.

강: 예, 예! 그러면 두 번째로 매듭짓기는요?

샘: 논쟁을 하다가 단순히 중단하는 것과 매듭짓기는 달라요. 이것은 논쟁이나 논란의 해소를 말하는 겁니다.

강: 예, 중단이라는 것은 논쟁이나 논란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끝나버리는 것인가요?

샘: 논쟁상대가 권력이 강하거나 아니면 그 쪽에서 결정사항을 정해서 던져놓는 경우가 있죠? 그게 중단입니다.

강: 던져 놓고 나가버리는 경우인가요? 쟁점에 대해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안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의사표시도 없는데 끝나버리는 것이네요.

샘: 그렇죠. 그런데 한쪽이 쟁점을 끝까지 연구하고 설명해서 공통이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죠. 아니면 논의를 하다가 의견차이가 나는 지점이 없어지기도 하고요.

강: 예. 선생님이 그걸 매듭짓기라고 하시는 거로군요!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