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이제 7장 “도덕적 갈등” 네 번째 시간인데요. 지난 시간에는 다원주의와 매듭짓기에 대해 설명해주셨고요. 오늘은 판단이라는 주제부터 말씀하실 차례입니다.

샘: 그래요. 도덕철학의 목적이 의사결정을 돕는 데에도 있다고 했고, 이 주장을 위해서 지금 가치다원주의와 매듭짓기와 판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중이었죠?

강: 예, 선생님. 도덕적 헤게모니와 가치다원주의를 비교하시면서, 도덕적 헤게모니처럼 어느 하나의 관점이 모든 걸 좌지우지해도 안 되지만, 다원주의 시대라고 해서 모든 관점에 가중치를 똑같이 매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셨어요.

샘: 그렇죠. 관용하는 시대분위기가 가치다원주의와 결합되어 밀어닥치다보니, 도무지 도덕적 논쟁에 합리적 해결의 실마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했습니다.

강: 예, 선생님, 매듭짓기에서는 단순종결과 비교하셨어요. 논쟁 당사자 중 한 쪽이 권력이 강해서 밀어붙이고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나오는 상황은 단순종결이지, 매듭짓기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샘: 그렇습니다. 한쪽이 열심히 연구하고 설명을 해서 상대 쪽과 공통이해의 지평이 열리는 경우 또는 다행히 양쪽의 의견이 불일치되었던 지점이 해소되는 경우가 매듭짓기입니다.

강: 그렇게 보면, 합리적 해결이라는 것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샘: 그런데 사실은, 대화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죠!

강: 아, 네! 다음으로 판단은 어떻게 설명해주실지 궁금해요.

샘: 판단은 설명이 좀 어려워요. 상황이 달라지면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규정된 절차에 따라서 판단을 할 수 있으면 좋지만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으니까요.

강: 예, 선생님. 말씀하신 단순한 사례로, 교통표지 근처로 운전하는 운전자는 신호에 따라 진행하거나 정지를 하면 되는 경우를 말씀하셨죠.

샘: 전자장비에서 회로가 끊긴 것을 고치려고 해보세요. 설명서가 차례차례 되어있어도 어렵고 시간도 걸리죠. 두 가지를 다른 예로 다시 비교하면, 산수문제와 미적분 문제라고 할까요? 하나는 간단하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걸리지만 단계단계 풀어나가면 답이 나오는 것이죠.

강: 예, 선생님. 그 두 가지가 아닌 제3의 유형이 도덕적 갈등이라는 말씀이군요?

샘: 그렇죠. 절차만 따라가면 바라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는 의사결정 상황이 많아요.

강: 그래서 결과에 이르려면, 어떤 식으로든 의사결정당사자 편의 여러 요소가 추가되어야만 하는 거군요?

샘: 그렇죠. 그게 직관일 수도 있고, 취향, 혹은 예감일 수도 있죠. 그렇지만 그것 말고도, 설명하긴 힘들지만 일종의 기술 같은 것까지. 하여튼 이런 것들의 조합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산수 문제처럼 간단하지도 않고, 제대로 풀면 답이 나온다는 확신도 없는 경우 말입니다.

강: 예, 거기까진 이해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소네트 쓰는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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