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이제 7장 “도덕적 갈등” 다섯 번째 시간인데요. 판단이라는 주제가 다원주의와 매듭짓기와 달리 좀 어렵다고 하시면서 설명을 이어가던 중이었어요.

샘: 그래요, 책에 갑자기 소네트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죠.

강: 예. 좋은 시조나 소네트를 짓는 게, 작성규칙을 따라서 되는 일은 아니라고 이해했어요.

샘: 그래요. 소네트가 얼마나 잘 지어졌는지 규칙으로 다 따질 수도 없죠. 

강: 소네트를 판단할 규칙도 완벽하게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짓는 규칙도 평가할 규칙도요. 이걸 도덕규칙과 삶 사이의 관계로 어떻게 연결시키실지 궁금하네요.    

샘: 그런데 과연 문학작품에서만 그런지 생각해봅시다. 

강: 개인적인 삶에서나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삶에서나, 매순간 판단이 설 자리가 있다고 하셨는데, 설명을 좀 해주세요.

샘: 좋은 결실을 내는 연구로 불철주야 열심인 과학자는, 그 분야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판단력”이 있다는 칭찬을 받지요.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그런 감, 분별력은 선배들로부터 후배들에게 전해지는데, 그건 체계적으로 되는 게 아니죠? 몇 번 강의를 한다고 전수되는, 그런 게 아니니까요.

강: 예, 그런 것 같아요. 그게 판단이라는 말의 뜻인가요?

샘: 레시피를 하나하나 다 따랐는데 훌륭한 셰프의 음식을 그대로 똑같이 베낄 수가 없어요. 그 정확성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 훌륭한 셰프를 훌륭하게 해주는 기술들을 연습하는 데 하나의 제한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강: 책에 여러 가지 일을 예로 드셨더라고요. 연설문작성자, 광고전문가, 영화편집자, 배심원단 앞에서 그들을 설득하는 변호사,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 잘 하는 교사, 여간해선 들추기 어려운 주제에 대한 말을 꺼내게 만드는 인터뷰어, 고객의 필요에 잘 맞추어서 바닥면 설계를 하는 건축설계사,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관련된 지혜를 평가하는 경영인, 교수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학경영인 등 등.

샘: 보세요. 그 일들처럼 일이라는 것들을 보면, 다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죠?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알고리즘으로 지침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강: 예, 선생님.

샘: 그 일의 수행과 관련되는 근거를 곳곳에서 찾아서 이것들을 잘 종합하고 적용해보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 일이,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말입니다.

강: 그렇게 해서 종합된 지혜 같은 것을 어기면 실패를 하겠네요?

샘: 그렇죠. 그런데 그걸 따랐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걸까요?

강: 흐흐. 그건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샘: 그건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니까요!

강: 그 사이에 갭을 어떻게 메꾸어야 하는 것일까요? 지혜를 다듬거나 지혜를 만드는 근거들의 퀄러티를 높여도 갭은 있을 텐데.   

샘: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글로 이해하기와 실제로 그 일을 하기, 이 둘 사이의 갭을 메꾸는 것이 바로, “판단력”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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