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적 갈등” 여덟 번째 시간이에요. 가치갈등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눠볼 시간입니다.

: 그렇죠! 여기서 가치갈등은, 공리주의자의 불확실성이나 롤스진영의 불확실성이 아닙니다.

: 공리주의자의 불확실성이라면, 어느 행동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지를, 미리 확실히 예측할 수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그건 사실상의 불확실성이죠.

: 예,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의 불확실성이요.

: 롤스진영의 윤리이론을 적용하고자 할 때에도 불확실성이 있지요. 최저수혜자에게 이익이 될 경우에만 불평등 정책이 정당화되는데, 과연 그 정책이 최저수혜자에게 이익을 줄지 확실히 알 수가 없으니까요.

: 예. 사실의 불확실성이 아니고 가치의 갈등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샘: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환자에게 상태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는데,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환자의 회복전망을 나쁘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상황에 처한 의사를 생각해봐요.

: 진실을 말할 의무와 최선의 결과라는 두 가지 가치를 다 구현할 수 없는, 딜레마상황을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 어떻습니까? 이런 경우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것이 아니고, 대체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불확실성이죠?

: 예,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힘든 상황이네요.

: 이런 가치갈등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이야기를 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학자가 토마스 네이글(Thomas Nagel)입니다.

: 네이글은 이런 가치갈등이 왜 생긴다고 봤나요?

: 그는 이런 갈등 혹은 불확실성이 생기는 까닭이 가치의 원천이 다양하다는 사실에 있다고 봤어요. 사람은 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자기이익과 자기인생의 전망을 고려하는 개인의 관점이 있는가하면,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관점을 취할 수도 있고, 사회전체적인 효용에 주목하면서, 자기존재의 특수성을 초월한 몰개인적인 관점이 있을 수도 있지요.

: 예, 선생님. 그런 관점이 다 다른 가치를 담지한다는 말씀이시죠?

: 그렇습니다. 다양한 관점이 다양한 가치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 합리성의 관점은 권리와 책임에 대한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고, 몰개인적인 관점은 사회적 효용에 대한 관심을 전제로 하지요.

: 각각의 관점이 정당성이 있으니, 어느 한 가지 관점을 우세한 것으로 볼 수가 없고요.

: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우리를 동시에 여러 갈래로 잡아당기는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는 것이죠. 다양한 관점을 채택할 수 있게 허용하는 복잡한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가치를 따르라고 요구하는 셈이죠.

: 예, 그게 네이글의 생각인데, 선생님의 문제의식은 어떤 것인가요?

: 사람들의 관점이 다르고 관점마다 가치를 담지하고 있으니 가치갈등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기본적으로는 가치에 대해 우리 각자가 갖는 태도의 특성이 아닐까 해요. 네이글도 아마 동의할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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