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1882-1967)

[호텔 방] 1931, 캔버스에 유채, 152.4×165.7cm,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차 미술관
[호텔 방] 1931, 캔버스에 유채, 152.4×165.7cm,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차 미술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는 1882년 허드슨강 강가의 작은마을 나이액에서 태어났다. 뉴욕으로 미술수업을 받으러 다니면서 윌리엄 체이스, 애쉬캔파의 사실주의 화가 로버트 헨리 등과 함께 수학했다. 

1906년부터 1910년 사이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등을 여행한 뒤 뉴욕에 정착했다. 3년 후 워싱턴 스퀘어노스에 아파트겸 스튜디오를 사들여 1967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줄곧 이곳에서 살면서 작업활동을 계속했다. 

1924년 화가인 조세핀(‘조’) 니비슨과 결혼하였는데, 끊임없는 말다툼과 때로는 폭력까지 오간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러나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였던 것으로 보인다. 

호퍼와 니비슨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떠나지 않았다. 호퍼는 병적으로 질투심이 많아서 아내가 귀여워하는 고양이 아서까지 질투했다고 한다. 조는 호퍼에게 가정부와 모델 두가지 역할을 모두 충족시켜주었으며 때때로 호퍼와의 관계가 억압적이라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끝까지 호퍼와 그의 예술에 지극한 충성을 바쳤다.

<호텔 방>은 호퍼의 중기작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속한다. 한 여인이 홀로 외로이 침대 가장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녹색을 띤 희끄무레한 빛이 망사커튼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실루엣을 비춘다. 외부는 안락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고 여행가방은 채 풀지도 않은 상태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미지이지만 어찌 보면 한껏 억누른 거의 숨조차 쉴 수 없을 듯한 긴장감이 느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 멈추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호퍼의 걸작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호텔 방> 역시 노고끝에 탄생한 역작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노고보다 한층 더 깊은 차원의 심리적 깊이가 느껴진다. 

사실 하나의 회화작품으로서는 매우 쉽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붓 터치는 거의 평이함에 가깝고, 여자의 발끝이 살린 것이 아주 약간 어색한 점을 제외하면 형태의 배치면에서 볼 때 눈에 띄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여자의 발을 자른 것은 회화보다는 사진이나 영화에 더 가까운 장치이다. 

그러나 면밀하게 관찰하면 그림의 맨 아랫부분 가장 자리 중앙에 위치한 이 디테일이야말로 이미지전반을 짓누름으로써 폐소공포증의 느낌을 가미하는 장본인이다.

# 호퍼와 영화
호퍼의 스승이었던 사실주의 화가 로버트 헨리는 제자에게 영화가 어떻게 이미지를 시간과 공간의 관점에서 틀에 끼워 넣는지를 눈여겨보라고 가르쳤다. 호퍼는 이 지적을 흘려듣지 않았으며 그 의미 또한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호퍼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계산된 연극성의 증거가  곳곳에서 보인다. 

좀 더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영화의 영향이다. 오늘날의 눈으로 호퍼의 작품을 대하면 놀릴만큼 영화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많다. 
 

[이른 일요일 아침 ]  1930, 캔버스에 유채, 89.5×153cm, 뉴욕 휘트니 미술관
[이른 일요일 아침 ] 1930, 캔버스에 유채, 89.5×153cm, 뉴욕 휘트니 미술관

특히 <이른 일요일 아침>(1930)이나 <밤새는 사람들 >(1942)를 보면 호퍼가 먼저 영화 기법을 받아들인것인지, 아니면 알프레드 히치콕, 존휴스턴, 엘리 아카잔, 혹은 더 최근의 마이크 피기스등이 미국적인 감각, 공간심리학, 그리고 회화적 분위기를 얻기 위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참고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존 허스트  [말타의 매 ]스틸컷, 1941
존 허스트 [말타의 매 ]스틸컷,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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