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 1918-19 캔버스에 유채, 133×154cm, 뒤셀도르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립 미술관
[ 밤 ] 1918-19 캔버스에 유채, 133×154cm, 뒤셀도르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립 미술관

“나른하고 몽환적인 동화와 시 속에 들어 앉아있는 대신, 공포스럽고 흔해 빠진 멋지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인생의 진부함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는 그 평범하고 저속한 날 것 그대로의 예술을 만나면 나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뛴다.” 
- 막스 베크만 -

1884년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막스 베크만(Max Beckmann)은 1900~1903년에 바이마르 예술아카데미에서 실물모델부터 고대석고상들을 망라하는 총체적인 회화 수업을 받았다. 

데생에 잔뼈가 굵은데다 회화에도 상당한 재능을 보인 베크만은 1904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뒤, 1910년 이 후 로비스 코린트, 막스리버만, 막스 슬레포크트 등과 함께 베를린 분리파의 주요멤버가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전까지 베크만은 대형 도시 풍경과 우의적인 조형 구성을 즐겨 그렸다. 

전쟁이 발발하자 베크만은 야전병원의 위생병으로 자원입대하였으나 신경쇠약을 일으켜 1년만에 전역했다. 1917년 다시 이젤 앞에 앉았을 때는 작풍이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작품들의 복잡성은 거의 고딕예술에 가까웠다. 가볍게 모델링한 형태가 얇고 반입체파 적인 공간 안에 찌부러져 있다. 

1920년 그는 이미 1920년대 초반 표현주의의 한 갈래로 오토딕스나 게오르게 그로스등을 포함하고 있던 신즉물주의 Neue Sachlichkeit 의 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30년대 초반까지, 베크만은 동시대의 가장 인기 있는 독일화가였으나,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나치에 의해 ‘퇴폐적’이라는 비난을 받은 베크만의 작품 약 600여 점이 독일의 미술관들에서 전시를 금지당했다. 암스테르담으로 망명한 그는 1947년 가족과 함께 도미, 생의 마지막 3년을 작품 활동과 후진 양성에 바쳤다.

베크만은 1950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났다. 막스베크만의 작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중 하나로 손꼽히는 <밤>은 신사실주의 시기의 첫머리에 태어났다. 정치적 알레고리를 의도한 작품으로 베크만이 이 작품을 완성했을 당시 기아와 정국 불안, 무법 상태 등으로 고통받고 있던 조국 독일은 물론 - 이러한 상황은 결국 1918년의 ‘혁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마비 상태였던 외부 의 문명세계를 향한 메시지였다. 
 

베크만은 이 작품의 제작의도를 ‘인류에게 그 숙명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 우의적 힘은 외부에서 온 반 공인세력이 개인적인 실내공간을 난폭하게 침범하는 장면 묘사에서 비롯된다. 세명의 빚쟁이가 가재도구도 별반없는 가난한 가족이 사는 다락방에 밀고 들어왔다.

맨 위쪽 왼편 구석에는 가장인 남자가 목이 매달리고 있다. 여자는 이미 겁탈을 당한 후인 듯, 옷이 벗겨지고 다리를 벌린 채 두 손이 매달려 묶여 있다. 딸은 남자들에게 멈춰달라며 간청하고 왼쪽 뒤편으로 보이는 노부모는 끼어들 기력도 없이 훌쩍이며 기도중이다.

매우 날카로운 색조 대비로 인해 그림 전체가 부서진 파편 같아 보인다. 공간의 피상성과 형태들이 붐비며 서로 밀치는 방식은 1911~12년의 입체파 회화를 연상시키지만, 이 작품에는 적어도 신체의 조각화는 보이지 않는다. 

팔다리가 잡아 당겨지고, 비틀리고, 기이하게 구부러지기는 했으나, 잘려 나가거나 하는 일없이 온전하고, 어느 정도 자세하게-힘줄에 붙어있는 구불구불한 근육이나 막 불거져 올라왔다 다시 가라앉으려하는 핏줄, 움켜 쥐듯 구부러져 있는 손가락, 발가락 등- 묘사되어 있다. 

전반적인 드로잉은 날카롭고 각졌으며 심지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다. 베크만의 세계 역시 막 일치단결하려는 참이었다.

[죽음의 위대한 장면], 1906,캔버스에 유채, 131×141cm, 바이에른 국립 회화 컬렉션, 뮌헨 국립 근대 미술관
[죽음의 위대한 장면], 1906,캔버스에 유채, 131×141cm, 바이에른 국립 회화 컬렉션, 뮌헨 국립 근대 미술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림 ], 1917, 캔버스에 유채, 151×129cm, 뉴욕 현대 미술관(MoMA)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림 ], 1917, 캔버스에 유채, 151×129cm, 뉴욕 현대 미술관(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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