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의료 (1)

강: 9장 “말기의료” 첫 번째 시간입니다. 이 챕터에서는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 같은 것에 주목하신다고 하셨죠?

샘: 그렇습니다. 죽어간다는 것, 죽어가는 사람,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죽음을 회피하는 것, 다른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등에 대해 적었어요.

강: 때이른 죽음과 때늦은 죽음이 있다고 하셨어요.

샘: 너무 일찍 올 수도, 늦게 올 수도 있다는 뜻인데, 일단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렇습니다.

강: 예, 너무 늦은 죽음이라는 게 와 닿지 않아요. 그건 그렇고, 또, 죽음이 다가오는 모습도 다를 수 있다고 하셨고요.

샘: 그렇죠. 천천히 그리고 힘들게 다가오는 죽음이 있고 천천히 오지만 비교적 덜 힘들게 다가오는 죽음이 있지요.

강: 힘들게 그리고 덜 힘들게, 이건 당사자에게 신체적인 고통이 심한가 여부를 말씀하시는 것 같긴 한데, 그렇고요. 그리고 죽음에 임박해 있는 경우라면, 그리고 가능하다면, 당사자가 죽음을 맞는 방식을 어떻게든 스스로 정하고 싶어하는 건 합당하게 보인다고 하셨어요.

샘: 그래요. 생전에 자신의 인생에 뭔가 형태를 잡고 그 안에 무엇으로 채울지 스스로 정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죽음의 방식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일 것 같아요.

강: 예. 삶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결정 같은 것이죠? 책을 보니까, 그 마지막 모습에 대해, 가능하다면, 단지 사그라드는 어떤 대상 같은 모습 말고, 뭐랄까 스스로 그 모습에 대해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이길 원한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너무 이른 죽음이란 어떤 건가요?

샘: 인생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든지, 관심이 있는 희망이나 프로젝트가 있는데 죽음이 다가온다면, 당사자 입장에서 너무 빨리 죽음이 온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강: 예. 우리가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그걸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막기를 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말도 인용하셨어요!

샘: 죽음이란 게 바로 그런 거죠. 원하는 많은 것들을 이루지 못하게 막는 것, 말입니다. 그 점에서는 죽음을 악이라고 할 수 있죠. 적어도 산 자들에겐 그렇죠?

강: 그러면 너무 늦게 오는 죽음이라는 건 대체 어떤 것인가요? 도무지 견디기 힘든 고통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경우 말고 그런 게 있을까요?

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희망이나 프로젝트 같은 것이 없이, 그러니까 자기가 세운 목적이 부여하는 의미 같은 것이 전혀 없는 경우가 그렇죠.

강: 예에, 선생님. 어쨌든 그 경우도 죽음이 임박해 있는 상황인 거죠?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본인의 목적의식이나 의미나 희망, 아니면 여한 같은 것이 관건이겠네요.

샘: 때가 적절한 죽음이란 게 어떤 걸까, 이걸 생각해봐요. 이것 역시 비교적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만. 이건 자신의 인생 전체를 하나로 봤을 때에 엔딩으로서 죽음이 나쁘지 않다, 좋지 않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이런 미의식이 사실 누구에게나 있죠.

강: 예,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