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장 “말기의료”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인생이라는 이야기의 엔딩으로서의 죽음에 대해 말씀하시던 중입니다.

샘: 인생이 나쁘게 끝나는 경우, 좋게 끝나는 경우보다는 덜 행복하다고 생각하기가 쉽죠?

: 예, 아무래도. 그런데 끝이 좋고 나쁜 걸 어떻게 판단하는 건가요?

샘: 그러니까요. 어때요? 죽어갈 때 고통이 있었는지 여부나 생전에 바라던 것을 얼마나 이루었는지를 가지고만 판단할 순 없지 않을까요?

: 예, 임종기의 고통과 인생의 성과라면, 예, 선생님. 그것만 갖고 좋은 엔딩 나쁜 엔딩을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샘: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죠? 인생이야기 전체 말입니다. 누구든지 그 이야기가 비극이 되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고, 내용 면에서도 인격의 계발이나 플롯의 논리성 등 여러 면에서 좋기를 바랄 겁니다. 엔딩 역시, 방식이나 비중 면에서, 지나온 인생과 이어지는 맥락에서 의미 있기를 바랄 거고요.

: 예. 각자 써내려온 인생 이야기 전체에 맞게 엔딩도 스스로 짓기를 원할 것이라는 말씀이라면,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샘: 그리고 삶을 이런 식으로 관조하면 좋은 점이 있어요. 평소에 삶에 매몰되어 있다가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인생을 살펴보게 해주죠.

: 예, 선생님. 우리 인생이 만들어져가는 모양에 대해 판단하고 뭐라도 어떻게 하려면 이런 초연함이 꼭 필요하다고 쓰셨죠?

샘: 그렇습니다. 하여간, 여기서 우린, 엔딩이 어때야 한다는 자기 생각을 다른 인생 작가의 엔딩에 억지로 적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와 다를수록, 나한테 익숙하고 편한 기준을 곧장 다른 이에게 적용하면 더 무리가 되겠죠.

: 그러니 말씀인즉슨, 다른 사람의 인생의 엔딩에 대해 판단하려면 그 인생 이야기를 충분히 알아야한다. 인생 이야기를 충분히 알지도 못하면서 엔딩 자체를 놓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씀이 되겠네요, 선생님.

샘: 요지는 이겁니다. 우리가 그 사람의 인생을 충분히 안다면, 그 죽음의 과정도 그 당사자 자신의 개별적인 과정, 그 사람 인생의 마지막 단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말입니다.

: 인생의 마지막도 당사자의 것이다. 이 말씀을 줄곧 하시는 것 같은데요.

샘: 일반적으로 악이라고 여기는 죽음, 그 사례가 하나 추가되었다는 식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 인생의 맥락에서 본다는 말은, 그 사람의 것으로 본다, 유일한 죽음으로 본다, 특수한 한 인생의 마지막 단계로 본다는 뜻이니까요.

: 예, 선생님. 그런데 어떤 정황을 염두에 두고 그 점을 강조하시는지 알려주세요.

샘: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신피질에 심각한 비가역적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의식을 회복하기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보이는 상태인데, 뇌간의 기능은 호흡기계나 순환기계의 활성을 지탱할 만큼 유지하고 있는 상태인 환자를 생각해보세요.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면, 죽음이 마치 결정의 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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