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장 “말기의료” 세 번째 시간입니다. 신피질이 비가역적으로 손상되어서 의식회복은 불가능하지만 뇌간의 기능은 호흡순환계가 움직일 만큼 살아있는 상태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이런 경우가 바로 죽음을 결정의 문제로 만드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샘: 그런데 어떻게 결정을 해야 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많지만, 한 가지 논란에 대해 말을 꺼내보려고 해요. 여기에서 어떤 상태를 죽음으로 결정하는 문제가 가치의 문제와 얽혀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예, 선생님. 어떤 논란을 말씀하시려는 건가요?

샘: 죽음을 정의하는 문제가 우리가 생명에 가치를 두는 이유와 연관되는 논란입니다.

: 죽음의 정의와 생명의 가치, 이보다 더 중대한 논란이 있을까요?

샘: 한쪽에서는 삶의 본질적인 가치는 경험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입장에서 생명은 하나의 도구적인 가치로서, 삶에서 여러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 있다고 보는 거죠.

: 그렇지만 생명 자체에 본질적 가치가 있다는 쪽에선 그 입장을 전혀 수용하지 않을걸요.

샘: 그럼요! 경험이 불가능하고 경험의 전망도 없다면 삶의 가치를 생각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에 절대 반대니까요.

: 생명 자체가 본질적 가치이기 때문에, 의식의 회복가능성 여부도 문제가 되지 않을 테고요. 신피질의 활성을 가지고 죽음을 정의할 일도 없어요. 뇌간의 기능이 있어서 자발호흡이 된다면 의식이 없어도 죽음은 아니라고 하겠죠?

샘: 보세요. 이렇게 가치 개념과 죽음의 정의 문제가 얽혀 있어요.

: 예. 임상의사결정의 기준이 가치 기준과 불가분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샘: 그런데 이걸 생각해봅시다. 완전하게 살아있는 상태에서부터 분명한 죽음에 이른 상태가 있다고 해봐요. 하나의 스펙트럼이죠. 양쪽 끝 사이에는 어떤 면에서 살아있고 어떤 면에서는 죽은 상태인 지점들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 네? 틀린 말 같진 않아도 아주 이상하게 들리는데요?

샘: 맞아요,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죠. 모순처럼 들리겠죠. 그런데 사실은 그런 상황이 생각보다 많잖아요, 그렇죠?

: 많긴 해요.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은 일부 기능뿐이고 의식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면 생전과 같은 의미가 있는 삶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데에 저도 반대할 생각은 없어요.

샘: 그런데 사실 이런 상황들을 구별해서 죽음과 죽음 아닌 것으로 나누려다보니, 죽음이 뭔가에 골몰해왔죠. 그런데 여기엔 가치의 문제가 결부되니까 더 어려워지는 것이고요.

: 예. 진료지침이 있었으면 하는, 임상적으로 곤란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샘: 그래서 임상적 죽음의 기준을 고심하는 과정에서, 사실 죽어감의 여러 단계에 속한 사람들을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게 되죠. 그리고, 죽어감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가지는 영향이 사실 지대해요.

: 그 점은 거의 의식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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