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리처드 탈러 저/박세연 역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03월 11일 | 
원제 : Misbehaving: The Making of Behavioral Economics
쪽수 604 ISBN13    9788901248684 / ISBN10 8901248689


 정치, 경제, 좀 더 보편적으로 말해서 모든 사회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학문은 명백하게도 심리학이다. 심리학 원리에서 사회과학의 법칙을 이끌어낼 날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906

사랑과 우정 사이
짜장과 짬뽕 사이

 울산에는 ‘함양집’이라는 유명한 맛집이 있다. 이는 제1대 창업주 강분남[작고]이 1924년 경상남도 함양 지역에서 울산 지역으로 이주해 울산우체국 앞에 개업한 함양관의 후신이다. 나는 여자 친구와 울산 데이트를 할 때면 자주 이 집을 찾는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의 내적 갈등은 시작된다.

‘달작지근하면서 상큼한 육회 물회를 먹을까? 담백하면서 든든한 육회 비빔밥을 먹을까?’라는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마치 중국집에 주문을 넣기 전 대부분의 이들이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짜장과 짬뽕 사이의 줄다리기와 유사하다. 고민스러운 상황과 관련하여 마침 울산 출신의 가수 테이(Tei)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이게 왜 고민이 되지? 저는 둘 다 시켜먹어요.”

페이스북과 SNS
넛지와 행동경제학

 페이스북(facebook)이 국내에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 일반 대중들 중 상당수는 관련 전문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페이스북이 SNS(social network service)인가요?”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이긴 하지만 SNS와 동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넛지와 행동경제학의 관계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는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과 공저한 책 《넛지(Nudge)》를 통해 ‘넛지’라는 단어에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추가했다. 이후 해당 저서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름에 따라 ‘넛지’라는 단어는 널리 통용되는 경제학 용어로 그 입지를 굳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넛지》가 행동경제학의 모든 담론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양자를 동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쩌면 리처드 탈러는 《넛지》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행동경제학≫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1)


E = mc2 ?
E = O + E !

 첫 번째 등식이 현대과학의 상징과도 같다면 두 번째 등식은 현대경제학을 대변한다. 즉, ‘경제학(economics)=최적화(optimization)+균형(equilibrium)’이다. ‘최적화’와 ‘균형’은 경제학을 지탱하는 두 가지 핵심 가정이다. 최적화 가정에 따르면 각 경제 주체들은 재화 및 서비스 구매 시 그들이 가진 선택지들 중 최고의 조합을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편향(bias)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으며 전적으로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에 따라 결정‧행동한다. 균형 가정에 따르면 가격이 자유롭게 변동되는 경쟁 시장에서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이론적 가정은 이러하나 경제학이 부인할 수 없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앞서 언급한 가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 모든 사람이 모든 상황에서 최적화 작업을 통해 경제적 판단 또는 결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현실에서 사람들의 결정은 편향의 영향을 받는다. 그것도 아주 많이.
셋째, 최적화 모형은 실제로 경제적 판단 또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들을 놓치고 있다.애플과 삼성
아이폰과 갤럭시

 전 세계에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켰던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옴니아(Omnia)를 출시했던 삼성전자(이하 ‘삼성’)은 기술의 압도적 열위 탓에 패퇴했다. 이후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삼성의 미래를 견인할 야심작 갤럭시(Galaxy)를 개발하여 또 다시 ‘패자의 역습 2)’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연고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을 하다보면 경쟁자의 장점을 흡수‧모방하게 된다. 애플과 삼성 역시 그러하다. 2011년, 애플은 아이폰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 즉 트레이드 드레스3)를 삼성이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4)

당시 애플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태’, ‘직사각형 모양을 둘러싼 테두리’, ‘앞면에 직사각형 모양의 화면’, ‘화면 윗부분에 좌우로 긴 스피커 구멍’ 등 아이폰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를 삼성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애플 또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의 갤럭시 펜(S 펜)을 줄곧 업신여겼던 애플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애플 펜슬 2세대를 19만 5천 원에 열심히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자들 사이의 상호모방은 드문 일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데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리처드 탈러 역시 학문적 동반자인 동시에 선의의 라이벌인 탓에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특히나 데니얼 카너먼이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1996년 흑색종으로 인해 작고-필자 주)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탄생시킨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은 행동경제학의 신호탄으로 꼽힌다. 이 이론이 발표된 1979년은 응당 행동경제학의 원년이다. 리처드 탈러 역시 행동경제학의 이론적 기반인 전망이론을 소개‧설명하는데 이 책의 일부를 할애하고 있다.
 

전망이론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설명한다. 전망이론은 기존 경제학을 지배하던 기대효용이론(expected utility theory)과 비교했을 때 다음의 세 가지 인지적 특징을 지닌다. 기준점(reference), 민감도 체감성(diminishing sensitivity), 손실 회피(loss aversion).
 

첫째, 기준점. 기대효용이론에서는 기준점을 0으로 보는 반면 전망 이론에서는 우리에게 놓인 선택지들의 가치를 기준점과 비교하여 손실과 이익으로 구분한다. 즉, 동일한 액수의 연봉이라도 월급쟁이가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만족(이익) 또는 불만족(손실)이 판가름 난다.
둘째, 민감도 체감성. 인간은 손실 또는 이익의 덩어리(액수)가 커질수록 변화에 둔감하다.
셋째, 손실 회피. 인간은 같은 절대값(액수)이라도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기에 이를 회피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주식으로 100만원의 이익을 거두었을 때의 만족감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더 크다.

민감도 체감성과 이봉원 
 이봉원은 한 때 연이은 사업 실패로 수억 원의 빚을 떠안았다. 가정경제의 견인차였던 박미선은 이러한 남편의 사업 실패와 부채를 TV 쇼에서 자주 개그로 승화시키며 대중들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박미선은 인기와 출연료를 챙겼다.
2022년 1월 11일 방송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 이봉원은 29년간 흔들림5)
없는 결혼생활 비결을 공개했다. 이 날 이봉원의 발언에서 우리는 ‘민감도 체감(遞減)성’을 체감(體感)할 수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 회식 날 나하고 양락이 형 말고는 다 후배들이다. 한번 회식하면 맥주 먹어도 50만 원이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내라고 하냐? 그 전 주에 내가 사서 이번 주 양락이 형이 내야 되는데 잠이 들어서 내가 냈다. 후배가 ‘또 내시냐’고 걱정하길래 ‘빚이 7억이나 7억 50만 원이나 무슨 차이냐’라고 했다.”
 ‘빚이 0원인 이봉원에게 50만 원은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빚이 이미 7억 원이나 되는 이봉원에게 50만 원은 미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바로 민감도 체감성의 핵심이다.

두 마리 토끼
 하드커버와 400쪽에서 500쪽을 훌쩍 넘는 두께로 대변되는 ‘벽돌책’들은 유익할지언정 대부분 지루하다. 유익함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벽돌책은 진귀하다. 그 진귀한 책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사후 판단 편향(hindsight bias), 매몰 비용(sunk cost), 심리 계좌(mental account), 죄수의 딜레마와 공공재 게임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특유의 위트 넘치는 문체로 풀어낸 리처드를 부러워하며 일독(一讀)을 권한다.

1)《Nudge》는 2008년, 《Misbehaving》은 2016년에 각각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참고로 《Misbehaving》에 2016년에 한국에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으며 이 책은 그것의 개정판이다.
2)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의 한국어 번역.

3) 색채, 크기, 모양 등 상품이나 서비스의 고유한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복합적인 무형 요소를 뜻한다. 기존의 지적재산인 디자인(Design), 상표(Trade Mark)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디자인이 제품의 기능을 중시한다면 트레이드 드레스는 제품 또는 상품의 장식에 주안을 두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코카콜라 병 모양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여성의 몸매와 유사한 잘록한 허리 모양과 표면에 있는 웨이브 문양 등 코카콜라 병은 다른 음료수병과 다른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다른 음료수병과 구별되는 코카콜라 병만의 독특한 특징이 바로 트레이드 드레스다.(출처:트렌드 지식사전,2013.8.5.,김환표)

4)이후 2012년 8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애플의 손을 들어 주었다. 미 사법부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와 실용 특허, 그리고 트레이드 드레스를 고의적으로 침해하였기에 10억 5185만 달러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2018년 6월 28일부로 배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7년 분쟁이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5) ‘흔들림’이라 쓰고 ‘이혼’이라 읽는다.

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