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 가면 진료 대기시간도 길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학병원을 찾는다. 이유는 의원에 가면 많이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약 처방만 빨리 받을 뿐 그다지 이점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일반의원뿐만이 아니다. 회사원인 A 양은 가까운 동네치과가 있음에도 신촌의 B 대학치과병원을 다닌다고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용은 비싸도 믿음과 신뢰가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B 환자는 한달에 한번 정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아 고혈압 진료를 받는다. 김씨는 보통 한번에 1만 4천원 가량 진료비를 지불한다고 한다. 이 금액은 의원에서 진료받을 때인 약 4천원보다 더 비싸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 CT 검사뿐만 아니라 심장 기능 검사 등을 함께 받아 검사비만 수십만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대학병원에는 새로운 검사 장비가 구비돼 있어 의원에서 받던 검진보다 훨씬 신뢰감이 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에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나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동네의원의 의료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에 대해‘ 치료 효과가 좋지 않아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26.6%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질병 진단을 신뢰할 수 없어서’가 25.8%로 나타났다.
‘의료진인 의사나 간호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라는 응답도 20.1% 나타났다. 응답자의 4명 가운데 1명인 24.7%는 동네의원을 이용한 뒤 한 달 안에 같은 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을 찾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본지가 지난해 창간 3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이 현상은 뚜렸했다. 동네치과가 가깝지만 쉽사리 발길을 옮길 수가 없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
흔한 표현으로 바가지 씌울 것 같다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과잉진료와 투명치과 사태 등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더욱 부추긴 것도 사실이다.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은 비용은 다소 부담이 되지만 믿음과 신뢰가 가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체계적이라는 것이다.

대형치과나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대기시간은 예측이 불가할 경우도 많다. 그러한 불편함을 없앨 수 있는 다른 선택의 길이 있음에도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신뢰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지만 개원가의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본격적인 의료보험 시대를 맞아 같은 비용이라면 대형병원으로 가려는 환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규모가 작지만 신뢰를 주는 병원!. 이것이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과 직원교육 그리고 신환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상담과 관리에 대해 다시금 점검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한 환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구체적인 도표나 시술방법에 대한 도식화와 진료나 시술과정에 대한 꼼꼼한 설명도 필요하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신뢰를 쌓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치과내부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동네치과로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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