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박사 영구 귀국을 결심하다

1925년 녹두수입을 위한 첫 번째 고국 방문길은 유일한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일제의 악한 수단정책으로 인한 동포들의 비참한 생활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조국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미국에 머물기보다 조국으로 돌아가 무언가 나라를 위해 기여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영구귀국을 결심하게 된다.

마침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에비슨 학장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에비슨의 초청은 유일한박사에게 연희전문학교 교수를 그리고 그의 부 인 유호미리에게는 세브란스의전 소아과 과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이 요청에 응하기로 결정한 유일한 박사는  이 일을 그 가 존경하는 애국자 서재필 박사와 상의하여 영구 귀국의 뜻을 굳혔다. 그는 그가 설립한 라 초이 회사를 공동경영자인 미국인 동업자원 레스 스미스에게 넘기고 미국을 떠나기 5일 전 작별 인사차 서재필 박사를 다시 찾았다.

이때 서재필은 작별을 몹시 아쉬워하면서 유일한에게 "유군, 내가 자네에게 주려고 작은 정표를 하나 준비했네. 하면서 목각판화 한 점을 주었다. 목각의 그림은 잎사귀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버드나무였다.

"마침 나의 딸아이가 미술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부탁했었네. 자네 성이 버들 유자 유씨가 아닌가! 자네의 하는 일 과 한국의 장래가 버드나무의 무성함과 같이 자라서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뜻일세."라는 말과 함께 "자네라면 무슨 일이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 걸세. 나도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겠네. 언제나 한국인임을 잊지 말아 주게."라고 하면서 유일한의 손을 굳게 잡아 주었다.

이 판화는 초창기 유한양행의 마크로 사용되었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분적인 변형을 거치기는 했으나 계속 사용되고 있다. 유한양행이 1928년 3월 5일 동아일보 지면에 낸 최초의 광고는 버드나무표 유한양행이란 염료광고인데 그 광고모델은 이 버드나무 목각판화였다.

 

유일한이 부인과 함께 영구 귀국으로 고국 땅을 밟은 것은 1926년 이었다. 이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유일한의 마음은 정해지지 않았다. 비록 에비슨 학장의 초청으로 귀국했으나 연희전문학교 교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사업을 할 것인지 두 갈래의 길을 놓고 적지 않은 고민에 휩싸였다.

하나는 교육을 통하여 한민족의 얼과 능력을 지키고 키움으로써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어 일본의 한민족 말살정책을 극복하는 길이었다. 또 다른 길은 일본의 수탈정책으로부터 민족의 자산을 지키고 키워서 민족을 경제적인 노예의 수렁에서 건져 내는 길로 이어지게 하 는 것이었다.

이러한 중대한 길을 얼른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그는 미국에서 적은 자본으로 식품회사 라 초이와 뉴일한 주식회사 New Il Han Company 를 크게 성공시킴으로써 사업가 혹은 기업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보였다.

결국 그는 사업의 길을 선택했다. 그것도 국민보건과 관계되는 제약회사였다.
1926년 12월 10일 유한양행은 현 종로 2가 45번지에 위치한 덕원빌딩에 사옥을 정하고 창립의 깃발을 올렸다. 그 당시 3층 건물이었던 덕원빌딩은 서울시내에서 가장 훌륭한 건물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유일한 박사가 1925년 첫 번째 귀국 때 가난하고 헐벗고 문명화되지 못한 조국 땅에 기생충, 결핵, 학질, 피부병 등으로 고생하는 동포가 너무나 많은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국민보건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유일한 박사는  그 이전인 1919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인자유대회에 서 상해임시정부에 보내는 결의문 기초위원으로 선출되어 그가 직접 작성한 결의문 제8항에 「민중의 건강은 치자들이 첫째로 고려할 일의 하나로서 우리는 과학적인 감독 하에 현대적인 건강증진을 믿는다」고 할 정도로 국민 건강과 보건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건강한 국민만이 나라를 찾고, 나라를 지키고, 민족을 번영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던 관계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약품제조를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출처  민족기업인 유일한은 독립운동가였다. 김시우 지음, 올댓스토리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