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

얼마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4건의 조정부 회의(치과 분야)가 있었다.

각 건을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소아 환자였다. 파노라마를 찍고, 하악 양측 유구치에 충치가 있어 각각 글라스 아이오노머로 충전 치료를 하였다. 환자 보호자는, 한쪽만 충치가 있었고 반대쪽은 충치가 없었는데 돈을 벌기 위해 과잉 진료를 했다고 주장하고, 거액을 요구하였다. 환자 측이 낸 진료비는 다 합쳐도 10만원에 훨씬 못 미쳤다. 파노라마 상에 명확하게 양측 다 우식증이 진행된 양상이 나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였다.

오래된 브리지를 제거하고, 새로 브리지를 한 환자였다. 6번, 7번이 결손되어 있었고, 4번, 5번, 8번 브리지 치료가 되어 있었고, 브리지 제거 후 4번, 5번 근관 치료 후 새로 브리지를 하였는데, 치료 후 저작곤란이 생겼고 치아 손상이 발생했다고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였다. 또한 결손된 6번, 7번 부위에 임플란트 시술 비용도 되돌려 달라고 했다.

상악 소구치를 발치한 환자였다. 발치 후 며칠이 지나 뇌경막하 출혈이 생겼고, 발치로 인해 출혈이 생겼으니 치료비 및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요구를 하였다. 발치 전 뇌경막하 출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설명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고 했다.

스케일링 후 부정교합이 발생했으니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해 달라는 환자였다. 스케일링 후 치아가 양측이 다 갈려나갔다는 어이없는 주장이었다. 스케일링으로는 치아가 갈리지 않는다는 의료기관의 여러 번에 걸친 설명이 있었으나 막무가내였다.

이 중의 한 케이스에서는 환자가 병원에 와서 난동을 부려서 고소를 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로 마무리 됐다.

이 4건의 감정서와 심사 보고서 모두 일관되게 치과의사의 과실은 없다고 기술되어 있었다.

4건 모두 당연히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 당연한 결과가 쉽지가 않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대학교수 위원과 법조인 위원이 합리적인 분이었기 때문에 이런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

이상한(?) 위원들이 들어오면 의료인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을 강제로 권하는 분위기가 되고, 마음 약한 원장들은 소심하게 조정에 응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피신청인인 의료인에게 진료상 과실이 없으니 소송으로 진행된다 해도 조정에 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에 반해, 나머지 다른 위원들은 얼굴을 붉히면서 언쟁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 조정부에서 기피 인물이 되어 잘 부르지도 않는다.

 

<풍경 2-1>

얼마 전 국정감사가 있었고, 중재원은 국회의원들한테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을 대변하는 기관’ 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모 의원의 발언을 보자. “중재원은 의료피해자 구제를 위한 기관인데 제대로 구제를 받았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국민 세금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의원의 발언을 보자. “감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진료기록인데 조작이 가능하다. 중재원이 의사와 병원에 유불리를 따져 작성한다는 방증이다. 의료인이 진료기록지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감정단을 구성하면서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인사를 넣어야 함에도 실제 회의할 경우에 이러한 의원들을 제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환자를 위한 감정이 아니다. 공정성에 심각한 훼손이 있다.”

또 다른 의원의 발언이다. “중재원이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이 의원을 분노케 한다. 중재원이 지나치게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풍경 2-2>

모 신문의 제목이다.

여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기관편' 한목소리

“환자 입장 생각 안한다” 뭇매, “기관 존재 이유 없어”

묵묵히, 열심히 진료하는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돈 뜯어내려는 진상들이 우글우글하고, 돈을 뜯어내는 통로로 국가 기관을 이용하고, 이들을 조직적으로 옹호하는 대학교수들, 시민단체, 법조인들이 많이 존재하고, 환자들이 돈을 못 뜯어내면 병원에서 행패를 부려도 풀려나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회의원들은 이런 진상들을 비호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의 지경이 의사로서 씁쓸하기만 하다.

빨리 돈 벌어서 은퇴하는 것이 답이겠지만 아직은 은퇴할 정도는 안되니 오호통재일 뿐이다.

‘의료기관에서 합법적으로 돈 뜯는 법’을 강의하는 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법하다.

 

이강운 원장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원 석사·박사 학위 취득했고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치주과 인턴·레지던트를 수료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겸임교수와 성균관의대 외래교수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와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과 치협 법제이사를 역임했다. 강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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