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부 회의가 열렸다. 치과 사건이 3건이 있었는데, 3건 모두 치과의사의 과실이 없는 건이었다.

그러나, 1건은 신청인이 출석하지 않아서 빨리 종결되었지만, 2건은 조정부 회의에서 조정위원들 사이에서 상당히 고성이 오갔으며, 당일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크게 2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조정위원들의 의식 문제이다.

조정부의 조정위원은 시민단체 관계자와 대학 교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 분들 중의 일부가, 상당히 편협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 분들의 기본 전제는, 의료인은 ‘강자’, 환자는 ‘약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진료 후 결과가 안 좋은 것은 진료를 잘못해서 그렇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의료인의 과실이 없어도 돈을 줘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분들이 회의에 들어오면, 극히 피곤해진다. 이런 분들은 어떻게든 의료인을 몰아 부쳐서 합의를 유도하려고 한다. 신청인, 피신청인 개별 상담을 할 때, 과실이 없어도 설명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합의를 종용한다. 그런데 합의 금액도 높다. 이런 경우, 대놓고 의료인 측에 조언을 드린다.

여기 조정 위원들 말을 듣지 말고 소송으로 가라고 권유 한다. 물론, 소송으로 가면 정신적으로 피곤하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권유하는 것은 당연히 소송으로 진행되면 승산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이 되고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조정위원들은 당연히 반발을 심하게 하며 언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5년 전부터 이런 분들과 많이 다퉈 거의 합리적인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는데, 최근 일부 조정위원들이 다시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어 기싸움을 하고 있다.

이런 이면에는 ‘설명이 미흡했기 때문’에 과실이 있다는 논리가 숨어 있다. 그런데 과연 설명이 미흡했을까? 감정부에서 작성한 감정서가 관건인데, ‘대체로 설명이 이루어졌으나 조금 미흡했다’는 뉘앙스가 숨어 있었다. 동의서도 첨부되어 있었고, 환자가 직접 설명도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했을까? 환자가 충분히 납득하도록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상세히 설명하고 동의서가 있어도 환자가 못 알아들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면 과오가 있는 것이 되고 돈을 물어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돈벌기는 참 쉽다. 아무 의료기관이나 방문하여 치료를 받은 후, 진료 기록부 복사를 하고, 진료 행위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못 들었다고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하면 돈을 받아낼 수 있다.

현 기준으로 보면, 우리 나라에서 행해지는 모든 의료 행위의 99.99%는 설명 의무 충족을 못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더구나,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인데, 이번달 21일부터 시행될 법과 연관이 있다. 이 법은 엄청난 악법인데, 의료법 24조 2이다.

의료법 24조 2를 보면,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제 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해석하기 나름으로, 치과에서 하는 모든 소수술이 해당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도 원가 이하의 의료 보험 수가로 봉사하고 있는 마당에, 간단한 진료를 하려고 하면 두세 시간씩 설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게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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