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뒤에 숨은 실체를 꿰뚫는다

그가 몸의 어딘가에서 움직임을 느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의사들은 에릭슨이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전에도 틀린 적이 있지 않은가? 이 작은 움직임을 토대로 에릭슨은 실험을 하나 해보기로 했다.

다리에 있는 특정 근육에 온 신경을 집중한 다음 마비되기 전의 느낌을 기억하면서 간절히 움직이고 싶은 마음으로 그 근육이 다시 서는 것이다. 간호사가 그 부위를 마사지해 주었고 간간이 성공할뿐이지만 그래도 서서히 에릭슨은 다시 움찔거림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 근육을 아주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고통스럽도록 더딘 에릭슨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몇 발짝 걸음을 뗐고, 그 다음에는 방을 걷고 다음에는 밖으로 다음에는 더 멀리까지 걷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에릭슨은 의지력과 상상력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바꿀 수 있었고 다시 완전히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거의 모르고 지내지만 심신은 함께 작동한다는 걸 에릭슨은 분명히 깨달았다.

이 부분을 더 탐구하고 싶었던 에릭슨은 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1920년대 말 여러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게 됐다. 이내 그는 이 분야의 다른 의사들과는 전혀 다른 자기만의 방식을 개발했다.

당시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는 대체로 말에 초점을 맞췄다. 환자와 대화를 통해 특히 어린 시절에 관한 것들을 털어놓게 한 뒤, 환자의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에릭슨은 환자의 정신적 삶과 무의식에 들어가는 입구로서 환자의 몸짓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말은 무언가를 숨기는 도구로 사용될 때도 많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일을 감추는 방편으로 말이다. 그래서 에릭슨은 환자를 완전히 편안하게 만든 다음, 그들의 표정이나 목소리 자세에서 흘러나오는 숨은 긴장감이나 충족되지 못한 열망 등의 신호를 감지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비언어적 소통의 세계를 깊이 탐구했다.

에릭슨의 모토는 "관찰하라. 관찰하라, 관찰하라"였다. 그에게는 관찰 노트가 있어서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모두 기록했다. 특히 그를 매료시켰던 한가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였다. 어쩌면 에릭슨 자신이 다리를 다시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워낙 힘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에릭슨은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는 걸음걸이의 무게를 유심히 보았다. 고집스럽고 결연한 사람들은 발걸음도 단호했다. 우유부단해 보이는 사람들은 발걸음도 가벼웠다. 게을러 보이는 사람들은 어기적 어기적 걸었고, 상념에 빠진 사람들은 오락가락 걸었다. 골반을 특히 많이 흔들거나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활보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자신의 단점이나 불안을 숨기고 싶을 때 걷는 걸음걸이도 있었다. 과장되게 큰 걸음으로 남성성을 강조 하며 걷거나 반항적인 십대들이 무심한 척 발을 질질 끄는 경우가 그랬다.

에릭슨은 사람들이 흥분하거나 초조하면 걸음걸이가 갑자기 바뀐다는 사실도 알아챘다. 이 모든 게 에릭슨에게는 상대의 기분이나 자신감에 관해 무궁무진 정보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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