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자기도취자의 경우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이 자의 행동이 아주 극단적이 되기 전까지는 오히려 그 이상함을 잘 눈치채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심한 자기도취자가 위장의 달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 그러니까 관심이나 우월감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를 남에게 그대로 보여줄 경우 사람들이 자신을 배척할 거라는 사실을 일찍부터 감지한다.

그들은 통일된 자아가 없다는 점을 오히려 이점으로 활용해서 여러가지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 다양한 극적장치를 이용해 관심에 대한 욕구를 숨기는 것도 가능하다. 그들은 겉으로는 누구보다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도 있다.

그들은 올바른 대의를 제시하거나 지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그것을 ‘자랑하고 과시한다.’ 이렇게 도덕성을 과시하는데 감히 누가 그 진실성을 의심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은 정반대 방향을 취해서 자신을 남의 손에 놀아나는 희생자 혹은 세상에 외면당한 불쌍한 사람으로 설정한다. 당장 그 순간에는 이런 극적인 모습에 마음을 뺏길 수도 있지만 결국에 가면 그들의 끝없는 요구에 지쳐 떨어지거나 그들의 목적에 이용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유일한 해법은 이들의 수법을 간파하는 것이다. 매사에 모든 일의 중심이 '그들'인 듯 보인다면 과장된 자기도취자임을 알아볼 수 있다. 그들은 늘 자신이 더 착하거나 더 고통스럽거나 더 추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과장된 몸짓을 보이고 계속해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그들의 모든 말과 행동은 구경꾼들을 위한 것이다. 그들이 꾸미는 연극에 휘말려 함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심하라.

자기도취자 커플

1862년 서른두 살의 레프 톨스토이 (Leow Tolstoy)는 당시 겨우 열여덟 살이던 소냐 베르스(Sonya Behrs)와의 결혼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문득 두 사람 사이에 아무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톨스토이는 소냐에게 자신의 일기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소냐는 눈물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격하게 화를 냈다. 일기장에는 톨스토이의 과거 연애담이 가득했고, 현재 그가 푹 빠져 함께 자녀까지 낳은 인근 시골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