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어린 시절 잔드 벨시엘은 관심에 대한 탐욕이 끝이 없었다. 거기에 지친 부모는 결국 그녀를 푸아티에에 있는 수녀원으로 보내버렸다. 그곳에서 잔은 어이없을 정도의 거만함과 빈정대는 태도로 수녀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무인으로 쫓겨 간 잔은 그토록 절실하게 원하는 관심을 이제 좀 다른 방식으로 얻어 내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영성에 관한 책을 받은 잔은 독실한 태도와 지식에서 남들보다 앞서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를 완벽히 보여줌으로써 원장의 호감을 샀다. 그러나 수녀원의 수장이 된 잔은 지루해졌다. 그 정도 관심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녀의 꿈에 나타난 그랑디에 신부는 자기 암시와 조작이 합쳐진 결과였다. 

퇴마사가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잔은 악마에 관한 책을 한권 손에 넣었고 이 책을 탐독했다. 귀신 들림에 관해 다양한 지식을 쌓게 된 잔은 귀신 들린 사람들이 보이는 가장 극적인 특징들을 스스로 연출했다. 그러니 퇴마사들은 잔이 악마에 씐 게 분명하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잔은 볼거리를 원하는 대중들의 스타가 됐다. 악마에 씐 동안 잔은그누구보다 심하게 타락했고 음란한 행동을 했다.

그랑디에 신부의 섬뜩한 처형은 다른 수녀들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수녀들은 자신이 무고한 한 사람의 죽음에 일조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도 남았다. 오직 잔만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관심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악마를 놓아주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거기에 더 많이 매달렸다. 

잔은 주위 사람들의 약점과 숨은 욕망을 감지하는데 달인이었다. 처음에는 수녀원장. 그 다음에는 퇴마사들, 이제는 쉬랭 신부가 그 대상이었다. 쉬랭 신부는 잔의 구원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단순하기 짝이 없는 여러 기적에 속아 넘어갔다. 성흔의 경우 후세 사람들은 잔이 산으로 손바닥에 이름을 새겼거나 색깔 있는 풀로 글자를 그렸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녀가 직접 쓰기 쉽게 성흔이 왼쪽 손바닥에만 나타난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히스테리가 극심해지면 피부가 아주 예민해져서 손톱으로도 그런 자국을 내는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약초를 오랫동안 다루었던 잔에게 속옷에 향유를 바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성흔을 믿게 된 사람들이 향유를 의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쉬랭 신부조차도 굳이 유럽 순방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미심쩍어 했다. 이때쯤에는 이미 잔이 관심에 대한 본인의 진짜 욕구를 더 이상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 후 잔이 쓴 자서전을 보면 심하게 과장하는 성격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녀는 끊임없이 연극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기적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끝까지 우겼지만 말이다. 잔을 매일 매일 상대했던 수녀들은 잔의 이런 거짓된 가면을 간파하고 그녀를 관심과 유명세에 중독된 능수 능란한 연기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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