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저자 김범준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간 2018.11.01.
추천인: 죽파치과 김병국 원장 

 

 

 

 

 

 


말이 남긴 상처는 칼이 남긴 상처보다 깊다. 
- 모로코 속담

학술적 차원의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치과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용어가 있다. 
‘가망 없는 치아(hopeless tooth)’가 바로 그것이다. 영어를 줄여서 단순히 ‘hopeless’라고 더 많이 사용된다. 

심한 잇몸병(치주염), 치근파절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거해야만 하는 치아를 칭하는 용어다. 방사선및 임상검사를 통해 가망없는 치아로 판단되는 경우 치과의사 (이하 ‘치의’)는 이러한 사실을 환자및 보호자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치의의 말투는 향후 치료 진행 여부및 의사-환자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안타깝지만 현재 불편을 유발하는 치아는 더 이상 사용하시기 어렵습니다. 상심이 크시겠지만 문제의 원인인 해당치아를 제거하고 다음 치료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편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치의 A.

“어허! 참! 뭐하다가 치아가 이 지경이 되어서야 오셨어요? 이거 못 살려요. 서울치대 교수님이 와도 이 치아는 가망 없어요. 뺍시다. 이거.”라고 말하는 치의 B.

둘 중 어느 쪽이 환자에게 호감을 얻는 동시에 긍정적인 관계를 지속하게 될 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에이, 설마 B와 같이 말하는 치의가 요즘 같은 무한경쟁시대 에도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있다. B와 같이 내뱉는 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실존하기에 네이버 영수증 리뷰, 맘카페 등 기타 누리집 여러 곳에 존재하는 많은 게시판들에서 치과관련 악명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치의들에게 더욱 더 권하고픈 이유는 일반인들과는 명백한 차이를 갖는 치의들의 인생경로 때문이다. 

치의는 학생신분에서 출발해 전공의,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 봉직의(페이닥터)를 거쳐 한 병의원의 우두머리인 원장이라는 직위에 도달한다.

을(乙)이 갑(甲)이 되는 과정 속에서 권위가 올라갈수록 자칫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뱉을 가능성 역시 동반상승한다. 
학생 시절 교수님을 넘어 하나님과 동기동창처럼 말하고 행동하던 적지 않은 전공의 선배들이 그 방증이다.

저자는 5개의 장(chapter)을 통해 사람이 달라 보이게끔 만들어 주는 말투, 기분 좋아지는 말투, 관계를 개선시켜 주는 말투, 버리고 삼가야 할 말투, 부드럽게 스스로를 표현하는 말투에 대한 탁식(卓識)을 제공한다.

‘글 쓰는 판사’로 유명한 문유석 작가는 저서 <개인주의자 선언>을 ‘아무리 사실이라 믿어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협상전문가 류재언 변호사 역시 지면과 방송을 통해 ‘팩트 (fact) 폭행은 사실을 무기로 한 언어폭력이다.’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무기가 아닌 호텔 침구처럼 포근하고 안락한 말(言)을 구사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익준(배우 조정석 분)과 같은 주치의가 되기 위해 작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을 읽는 작은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포항 죽파치과 김병국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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