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 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열 번째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을 주는 것이 도덕적이라는 공리주의 이론이야말로 단순명료하다는 이야기까지 했어요. 아, 그게 아니고, 사실은,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인다고 하셨어요!

샘: 그렇죠. 그 이상으로 뭐 더 좋은 이론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강: 그렇지만 와르르 문제점들을 쏟아 놓으셨던데요!

샘: 이론 내적으로 문제가 많아요. 첫째로, 이 이론이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히 따져봐야 합니다.

강: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행복의 산출을 극대화하라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대다수를 이야기할 때에는 분배를 고려하라고 한다고 설명하셨던데요.

샘: 그래요, 근데 문제는 두 가지 방향이 엇갈린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이익을 보는 사람의 수를 줄여야만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공리주의가 어쩌라는 건지 전혀 분명치 않아요.

강: 둘째로, 행위나 정책의 결과가 중요하다는 이론이니까 결과를 따지라는 건 알겠는데, 어떤 결과를 고려대상으로 삼을 것인가가 문제라고 하셨어요.

샘: 그러니까요. 행위의 도덕적 특성은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결과라고 하는데, 결과는 미래의 일이잖아요?

강: 과거에 대해 말하기도 어려운데,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고 하셨더라고요.

샘: 내가 만일 강 선생한테 약을 잘못 처방해서 다른 병이 났다고 해봐요. 그런데 마침 똑똑한 젊은 의사가 강 선생을 진료하더니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발견을 해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발견이 내가 잘못 처방한 행위에서 나온 결과 중에 하나인가요?

강: 예를 들어도 꼭 그런 예를 드시네요. 예, 하여간 인과의 고리를 다 파헤치기란 어렵지 않느냐는 말씀인 걸로 이해하겠습니다.

샘: 그러니 우리가 행위의 결과를 이야기한다고 할 때 도대체 어떤 결과를 말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는 거죠.

강: 셋째, 행복에 대해서 비교 평가를 해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는 게 문제라고 하셨어요.

샘: 그렇죠. 그런데 봅시다. 비교를 어떻게 해야 적절하게 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요. 이번에는 강 선생이 옆집 사람보다 겉보기에는 더 기쁨에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강: 하하, 저는 일단 기쁨에 넘치는 일이 잘 없어요. 그러니 그 비교는 좀 . . .

샘: 아니,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들어보세요. 옆집 사람이 표정이 안 그래서 그렇지, 사실은 강 선생의 얼굴에 보이는 기쁨을 한참 초월할 정도로 내면이 기쁨으로 넘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가 있겠어요?

강: 하하, 전 또.

샘: 그러니까, 봐요. 일단 이 사람 저 사람의 행복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데, 어떤 행위나 정책이 가장 큰 행복을 산출하는지를 어떤 수로 분간을 하겠냔 말이죠.

강: 예, 선생님.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다듬으려는 옹호자들의 문헌이 넘쳐나고 있고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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