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여덟 번째입니다. 지난 시간 마지막으로 나눈 이야기에서는 우리에게 직관 능력이라는 게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없이 판단을 내리는 사례도 있다고 했었어요.

샘: 그렇죠.

강: 사실 말이 직관이지, 이 직관이라는 게 경험이나 지혜나 지식 여하에 따라 내용이 전혀 딴판일 수가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

샘: 그렇죠. 직관주의는 그냥 통과시킬 수는 없는 이론이기도 하고, 우리의 직관이라는 것도 사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나 판단의 여지는 언제나 남겨두어야 하지요!

강: 일종의 받침점 같은 사례, 말하자면 정답이 있는 사례가 있으니까, 우리가 도덕 이론을 평가할 때 검증해볼 수도 있는 거라고 적으셨더라고요!

샘: 그렇습니다. 이론을 검증할 때 어느 지점에서 우리 직관과 일단 잘 맞아떨어지면, 그 다음으로 직관적으로 명료성이나 확신이 덜 한 사례로까지 적용해볼 수가 있으니까요.

강: 그것을 두고, 선생님께서 도덕철학의 많은 탐구가 기대고 있는 희망이라고 하신 부분도 와 닿았어요. 그만큼 직관의 역할이 도덕철학에서도 중요한 것 같아요! 직관에 맞는 사례가 중요한 거라고 할 수도 있고요.

샘: 그렇죠, 직관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사례에서 더 명료하게 판단을 내릴 수가 있어요. 그건 맞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것은 전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고려사항 중에서는 일부일 뿐이에요. 방법론적으로 이 점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제 규범윤리학(normative ethics)로 넘어가 볼까요?

강: 예, 선생님. 그런데 저는 이 책에 윤리학 개론에 해당하는 지식이 이렇게 짧게나마 들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샘: 그래요?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강: 사전지식 없이 의철학(의학의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선생님의 당초 의도를 제가 너무 진지하게 생각했나 봐요.

샘: 음, 그렇군요.

강: 보통의 윤리학 개론에서 1) 결과주의의 대표 이론으로 공리주의(utilitarianism)와 2) 비결과주의의 대표이론으로 의무론(deontology), 그리고 3) 덕 윤리(virtue ethics)를 이야기하고 거기에 최근 추세에 따라 사회계약론(theory of social contract)을 더하는 게 관례인데, 결과주의와 비결과주의로 두 갈래로 정리를 하신 건 잘 하셨어요, 선생님!

샘: 그게 그렇게 특별난 건 아닌데. 그렇지 않아요, 강선생?

강: 사실 덕 윤리와 사회계약론은 규범윤리라기보다는 규범이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로 저는 받아들이는 쪽이라서 굳이 특별나다고 할 순 없어도, 일단 덕 윤리까지 제외하신 건 좀 특이한 것 같아요. 보통 3대 윤리이론이라고 하는 게 있으니까요.

샘: 그래서 그렇게 생각한 거로군요.

강: 그러면 이제부터 몇 번에 걸쳐서 도덕철학에서 전통적인 두 가지 주류 이론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샘: 그럽시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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