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세 번째입니다.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하 는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도덕에 대한 관심을 정당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신 대목이 흥미로웠어요.

샘: 그랬어요?

강: 네! 두 가지가 떠올랐어요. 예전에 친구가 ‘amorality에 대한 찬성 논증’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을 소개해줬었는데 안 읽고 모셔두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요.

샘: 흠, 그렇군요!

강: 근데 그 책은 도덕을 누가 무슨 이유로 들먹이는지, 도덕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도덕적 논증으로 설득이 안 되더라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샘: 그리고요?

강: 금방 뭐가 또 떠올랐어요! 도덕이라는 것에 대해 도덕철학자들 사이에, 같은 영미권이라도 제각기 조금씩 다르다는 것 하고요. 도덕과 윤리를 구분하는 철학자와 그렇지 않은 철학자가 있다는 것이요.

샘: 그 대목 때문에 뭐가 자꾸 생각나나보군요!

강: 예. 우리가 이를테면 세포생물학에서 근육세포에 대해 다른 것을 상상하기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도덕이라고 하면 요체에 대해 대체로 일치하더라도, 동일한 어떤 대상을 칭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래서 선생님은 도덕 일반에 대해서 뭐라고 규정하기 전에 도덕 아닌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작전 을 쓰신 것 같아요!

샘: 그랬나요? 하하. 내가 법이나 경제학이나 심리학, 그리고 다른 분야들과 가끔 연관 지어 이야기되는 부분을 문제 삼기는 했죠.

강: A는 A다, 라고 하는 대신, 선생님은 A는 A가 아닌 것이 아니다, 라고 하셨어요.

샘: 음, 그런가요? 어떤 지점에서 연결이 되는지도 이야기하긴 했죠?

강: 아, 예, 그렇게 하시긴 했어요. 사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도 부정의가 벌어지는 데 대해서 문제시하다가 묻게 되는 질문이잖아요. 그렇다면 도덕 현상으로는 비도덕이 도덕에 선행하는 것이라고 봐야 맞는 것 같아요.

샘: 비도덕이 비도덕인 것을 인식하려면 도덕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강: 아, 예, 선생님.

샘: 도덕이 법이나 경제학이나 심리학과 연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도덕이 그런 것들의 꾸러미는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사회학이나 공공정책이나 역사나 종교와의 관계도 그렇고요.

강: 어떤 면에서는 도덕이라는 주제와 분야가 자율성을 가지는가라는 문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샘: 그렇다고 할 수도 있죠.

강: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시면서, 주제가 허용하는 이상으로 정확성을 먼저 따지고 들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하신 부분도 인상적이었어요!

샘: 처음에는 얼마나 정확한 지점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죠. 마치 스케치를 하다가 세밀하게 묘사를 하듯이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거죠.

강: 예, 선생님.

샘: 다시 아까 하던 말로 돌아가면, 언급한 어떤 분야들과도 도덕이다 상관은 있지만 그 어떤 것과도 같지 않아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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