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Doctor'sDilemma> 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오늘은 4장, ‘질병, 삶, 좋은 환자’ 네 번째입니다. 의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질병의 악가치(disvalue)는 주로 불편과 기능이상 (그리고 조기사망의 위협)인데요. 추가로 자기중심성, 권태, 자기이미지의 위축, 필멸성의 상기와 같은 심리학적이고 철학적인 불편을 말씀하셨어요.

샘: 이제 그 문제와 의사-환자 관계를 연관시켜서 볼 차례입니다. 사실 의사는 질병의 치료를 주목적으로 하니까 환자가 겪는 이런 질병경험을 당연한 것으로 보기가 쉽고 그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가 쉬워요.

강: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의료세팅이 아니라도 뭐가 힘들다는 말을 들으면, ‘그래, 그게 원래 그렇게 힘들어, 다들 힘들어 해.’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샘: 그렇죠. 질병이 동반하는 불편과 기능이상을 제거하는 데에만 중점을 두다보면 질병의 가진 다른 불편을 소홀히 하기 쉬운 겁니다. 그렇지만, 의사가 환자의 질병경험 과정을 통찰해 보겠다고 결정을 하게 된다면, 이런 부분들이 아주 중요해집니다.

강: 진료의 최종결과를 별도로 하면, 질병경험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질병치료와 치료과정에서 환자관리 면에서 이 부분을 얼마나 감안하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하셨던데요.

샘: 의료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결국 치료과정과 치료결과에 각각 얼마나 관심을 쏟는가에 달려있어요.

강: 사실 저는 질병경험에 대해서 생각할 때 다른 요소를 고정시켜놓는다고 가정한 다음에 환자의 소관이라고만 생각했나 봐요. 환자관리가 질병경험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됩니다.

샘: 결국에는 사실 질병경험은 환자의 소관이죠. 어떤 것에 대해서든 주관적 경험은 수반되는 거니까요. 자, 이번에는 방사선 사진이 잘 나오게 하고 판독에도 한 치의 오차가 없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일하는 방사선과 전문의를 생각해 봅시다. 환자는 창피스럽기도 하고 할 테고 사진 찍기에 오래 몰두하는 동안 환자는 인간적으로 좀 외면당한다는 느낌도 들 테고, 또 자꾸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자기 순서가 될 때까지 오슬오슬 추위에 떨면서 어슬렁거리는 장면을 상상해보자구요.

강: 아주 생생한 걸요!

샘: 자, 이번에는 불평하는 환자를 생각해봅시다. 그런 환자는 진료시스템을 혼란스럽게 하고 시간을 소요하게 하고 집중을 못하게 하고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뭐라 하면서 불쾌하게 하죠.

강: 왜 불평하는 환자를 생각하라고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예, 선생님.

샘: 그런데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병원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환자들이 그러려니 해 주기를 내심 바라죠. 신뢰의 문제로 보길 선호하죠. 그러니까, 환자관리가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이 그나마 최선으로 한다고 하는 것이려니, 하고 말입니다.

강: 예예,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니깐 이해해 주길 바라는 면도 있어요.

샘: 그런 상황에서 불평하는 환자는 좋은 환자는 아니겠죠?

강: 그렇죠, 물론이죠!

샘: 그럼 도대체 좋은 환자란 어떤 환자일까요?

강: 앗, 매니지하기 좋고 불평하지 않는 환자라고 해야 할 분위기로 제가 은근히 말려든 기분이 드는데요?

 

 

다음 호에 계속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들과 만난 바 있다. 강 교수는 현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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