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오늘부터는 4장, ‘질병, 삶, 좋은 환자’라는 챕터를 보겠습니다. 제목에 몇 가지 굵직한 개념이 같이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샘: 하하하. 그렇죠. 너무 당연시하는 개념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강: 첫 구절을 “건강을 얻으면 모든 것을 가지는 겁니다.” 라는 광고카피로 시작하셨어요.

샘: 그렇지만 또, 사람들은 건강을 희생시켜 가면서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죠?

강: 사람들이 건강을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씀이죠?

샘: 그래서 과연 자신의 건강을 돌볼 책임이 있는가?, 이 물음부터 검토해봐야 해요. 자신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죠? 자신이 챙기고 관리할 책임이 있는 중요한 가치가 건강이라는 말인데, 정작 건강의 가치에 대한 논변은 별로 없어요.

강: 예. “건강은 좋고 질병은 나쁘다”는 일반적 믿음과 의학적으로 무모한 행동을 하는 일반적 세태를 사실로 주장하셨는데, 그 주장은 거부하기 힘들어요.

샘: 자, 그러면, 건강은 중요한 가치니까 각자 추구하고 돌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맞는 주장인가요? 그래서, 건강에 좋지 않게 사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챙기지 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위반하는 것일까요?

강: 그런데 건강에 대한 책임이라는 게 있다면 그런 책임은 대체 어디에서 기원하는 건가요?

샘: 강 선생도 ‘자신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미심쩍어 하는 눈치로군요!

강: 꼭 그런 건 아닌데, 어떻게 정초해야 할지 고민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도덕적 책임은 타인에 대한 책임으로 보통 이야기하니까요. 책임은 그것에 선행하는 행위 즉, 약속이나 계약이나 협정 혹은 암묵적인 양해 같은 것에서 기원하는 것이고, 이 때 책임은 책임의 상대방의 권리를 전제로 하잖아요.

샘: 그러니까 ‘자신에 대한’ 책임 개념을 이해하기 힘든 거죠. 칸트가 자기에 대한 의무로, 생명을 보존할 의무와 건강을 유지할 의무, 그리고 재능을 계발할 의무를 말했는데 이것들이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자신의 자신에 대한 책임이라면, 그 권리를 유보하고 책임을 면해주면 그만이거든요.

강: 그래도 여전히 칸트는 자신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샘: 그렇죠. 약속이나 계약이나 협정 등으로부터 기원하지 않는 책임이라고 보니까요.
사람들의 행위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무관하게 순수이성으로부터 도덕적 책임이 유래한다는 칸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책임도 이야기할 수 있죠.

강: 그렇지만, 그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면요?

샘: 그래도 그런 책임 주장을 헛소리로 치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좀 넓게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prudence(신중성?)’ 준칙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강: 거기서부터는 다음에 더 말씀해 주세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의학관련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들과 만난 바 있다. 강 교수는 현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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