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인폼드 컨센트(informed consent)’로 여섯 번째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환자의 권리의 문제로 ‘동의’를 보는 관점과 달리, 책임의 이전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샘: 환자가 어떤 시술에 대해 동의를 했다면 그 결과가 잘 안 나왔을 때에 의사에게 도덕적 비난의 여지가 없다는 견해였죠?

강: 설명과 동의를 법적인 요구사항이라고만 보는 입장과 다른 것입니다.

샘: 그렇죠, 강선생 설명에 따르면 디켄슨은 이 인폼드 컨센트가 환자가 동의를 함으로써 의사에 대한 ‘도덕적인 운과 위험’, 또 그에 따른 책임 문제와 절연하는 장치라고 보니까요.

강: 네, 맞아요, 선생님.

샘: 다시 말하면, 환자가 의사에게 동의를 하면 시술이 부주의하지 않게 제대로 수행이 되는 한, 의사는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을 다한 것이다. 그런 거죠?

강: 예, 만일 운이 안 좋아서, 의사가 부주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가 있으니까요.

샘: 그렇죠.

강: 그 경우,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바로 도덕적 운의 문제라는 겁니다.

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결과가 좋더라도 비난의 소지가 되는 것이고. 그렇죠?

강: 예. 결과가 나쁠 때 의사 편에서 안타까움이나 유감스러움을 느낄 이유는 있지만 죄책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샘: 감정을 느낄 동기나 이유 같은 부분으로까지 가는군요!

강: 네. 사실 도덕적 운이라는 게, 물론 이 개념 안에는 도덕적 불운까지 포함한 것인데요. 운 때문에 좋은 결과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경우에는 개인이 칭찬이나 비난을 받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거든요.

샘: 그거야 그렇죠.

강: 그러니까 디켄슨은 도덕적 불운을 개인적 실패가 아니라 프로젝트 실패라고 했어요.

샘: 그렇지만 부주의했을 때엔 개인적 실패이고 윤리적 법적 책임이 따르겠죠?

강: 물론입니다, 선생님.

샘: 또, 시대에 맞게 지식과 역량을 평균이상의 수준으로 갖출 책임은 주의의무 기준에 의한 상시적인 의무이긴 한 거죠?

강: 예, 그래서 보수교육이수나 주의의무는 법적으로 그런 차원에서 정립된 거라고 볼 수 있고 또 그것은 윤리적 책임이기도 하고요.

샘: 이 관점에 대해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 예, 결국 인폼드 컨센트는 의사를 도덕적 운에 의한 책임을 면해주고 환자는 자율성을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규칙인 거죠.

샘: 그래요. 다음에 또 이야기합시다.

강: 다음엔 선생님 책에 나오는 ‘민주주의와 기술관료주의(테크노크라시)’의 논의를 보려고요.

샘: 아하!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그녀는 현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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