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인폼드 컨센트(informed consent)’로 다섯 번째입니다.

샘: 의사만큼 알 수도 없고 알려주어도 다 이해 못하는 환자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이 독트린에 반대하는 건 오해라는 이야길 했지요.

강: 환자의 이해나 지식, 이것의 불완전성만 강조하는 것은 그 요소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두는 거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이 규칙이 현실에서 왜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샘: 그랬군요!

강: 결국 컨센트(동의)라는 개념을 어떤 모델로 구체화하는가가 관건인데요. 여러 학자의 이야기가 사실상 대동소이하긴 하지만, 다우니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볼까요? (R. S. Downie)

샘: 그래요.

강: 동의를 환자의 동의로 보면, ‘수용 · 순응(accepting)’으로서의 동의는 가장 약하고, ‘허가’로서의 동의(authorization)는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어요.

샘: 그렇군요. 계속해보세요.

강: 특히, 이 허가 개념은 만일 ‘딴 말은 말고 내가 허가하는 걸 하시오. 책임은 환자인 내가 집니다’라는 식이라면 문제가 있어요. 의사로서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난점이 있어요.

샘: 그렇죠. 그러면 다른 모델로 갈 수밖에 없죠.

강: 예, 결국, ‘공유의사결정(SDM, Shared Decision Making)’ 모델로 가는데요.

샘: 그건 최근에 자주 거론되고 있죠.

강: 예, 그렇지만 다우니 교수의 설명은 단호한 편입니다. 우선 두 가지 필요요소가 있어요. 첫째, 환자의 선호나 가치는 의사의 치료 제안에 비추어서 논의를 해야 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사전의료 의향서와 같은 서류로 미리 작성해둘 수도 있어요). 둘째, 그 논의의 결과는 ‘허가를 해주거나 안 해주는 과정’인데 이것은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용납해주는 과정을 구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샘: 그렇군요.

강: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몇 가지 있어요. 첫째, 허가는 환자도 하고 의사도 하는 겁니다. 둘째, 허가는 권리문제가 결부된, 규범적인 개념입니다. 환자는 개입할 권리를 의사에게 부여하고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를 받거나 받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셋째, 이 환자와 의사의 이 규범을 직접당사자인 환자와 의사는 물론이고, 사회도 알고 동의해주어야 합니다. 샘 다우니 교수가 정리를 잘해 주었군요.

강: 네. 환자는 의사의 간섭주의로부터 보호받고, 의사는 전문적 자율성을 존중 받는 상황을 구현하자는 건데요. 강조하고 싶은 건 책임문제에요. 다우니 교수가 지적했듯이, 책임은 두 당사자와 사회가 함께 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의사에게 설명의무를 지라고 하는 사회와 국가는 환자의 의무는 물론, 사회와 국가의 책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샘: 책임 문제는 다음에 또 이야기합시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그녀는 현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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