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호에 이어

 

강: 오늘 두 번째로 ‘인폼드 컨센트(informed consent)’입니다. 지난 주 ’환자자율성존중의 원칙 (Principle of Autonomy)’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환자복지(이익)우선의 원칙 (Principle of Beneficence)이라는 것을 살펴볼 텐데요.

샘: 의사는 환자에게 좋은 것을 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고, 또, 환자가 환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강: 의사는 전문가로서 의학적인 견해를 제시하거나 개입을 해서 환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당연한 것 같은데 이 원칙이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샘: 왜냐하면 타인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려다보니 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때가 있으니까요. 

강: 그래서 책에 아이가 놀다가 공을 주우려고 위험하게 차가 달려오는 길로 뛰어들 때, 부모는 아이를 얼른 잡아서 길로 못 뛰어가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죠?

샘: 그렇습니다. 이익이 되는 것을 하려고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을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라고 하지요 (pater-= father). 부모는 아이가 위험한 짓을 못하게 막아야죠. 

강: 그렇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아니잖아요.

샘: 일반적으로는 성인과 성인의 관계이지요.  

강: 예. 상식적인 도덕으로 보나, 윤리적 자유주의의 원칙으로 보나, 다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고 근거 없는 간섭은 허용되지 않아요.   

샘: 그런데 특수한 관계에서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배우자나 형제나 보호자라면 어떤가요? 

강: 그런 관계라면 그 나름대로 책임도 있고 권리도 있고 하니까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샘: 그렇죠.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특수한 관계로 볼 수 있어요.

강: 예. 특수한 관계니까 환자에게 간섭하는 역할을 맡아서 해야 할 수도 있고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제한 허용되지는 않고요! 

샘: 그래요, 그게 문제에요. 사실 부모만 해도 간섭이 계속 허용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강: 맞아요. 그러니까 의사가 환자를 위해서, 환자의 이익을 위해서 간섭을 하는 것이 허용될 수는 있지만 정당화할 근거는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샘: 그렇습니다. 좋은 뜻으로 의사가 하는 간섭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환자의 자율성이 최고의 절대원칙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강: 의사의 정당한 권위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만큼, 환자의 자율성에도 적절한 한계를 정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하셨던데.

샘: 두 가지 문제가 서로 분명히 연관이 있어요.

강: 예, 그리고 이 문제들이 내내 ‘인폼드 컨센트’ 문제를 따라다니고요.

샘: ‘인폼드 컨센트’가 그냥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를 받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거죠!

 

다음 호에 계속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그녀는 현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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