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사설을 통해 GEBN(Global Energy Balance Network)라는 ‘비영리’ 비만연구기관이 코카콜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보도 직후 보건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영양학과장은 36명의 과학자가 서명한 레터에서 코카콜라와 GEBN이 과학적 넌센스를 유포했다고 비난했다. 폭로 직후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았던 미국소아과학회와 영양식이학회도 관계를 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GEBN의 회장은 코카콜라로부터 지원만 받을 뿐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러나 AP(Associated Press)가 공개한 이메일 내용을 보면, 리더영입이라든지 사명문 편집, 웹사이트 로고와 업로드할 컨텐츠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 코카콜라 사내이사(Chief Health & Science Officer) 로나 애플바움(Rhona Applebaum)은 GEBN 회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GEBN에는 사기업과 협조하는 일에 오픈된 사람만 와야 합니다. 타협은 불가능합니다”라고 했다. 이메일로 회람된 GEBN의 비전은 ‘모든 미디어가 비만과 관련해서 커멘트가 필요할 때 자문하는 기관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이었다. 설립계획서에서는 ‘보건극단론자’들의 ‘날카로운 수사’를 돌려놓기 위해 정치판을 방불케 하는 캠페인을 벌여나가겠다고 적혀있다.

회사 상황이 전과 같지 않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음료회사 코카콜라도 다른 음료회사와 마찬가지로 설탕이 들어간 가당음료의 판매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공감미료를 걱정한 탓인지 다이어트음료의 판매량도 줄어들고 있다.

비만과 당뇨와 심장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가당음료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도시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거금을 들여 만든 기관이 GEBN이었다. 콜로라도 의대의 닥터 제임스 힐이 최고집행부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 이미지를 바꾸는 일을 하고 싶은데 연구비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코카콜라가 비만의 최대의 적이 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나한테 생각이 있다. 설탕물(sugar water)을 파는 회사가 왜 운동에 초점을 맞추는지 강력한 근거를 내놓겠다.” 이에 동요된 코카콜라 회장인 무타르 켄트(Muhtar Kent)가 로나 애플바움에게 닥터 힐을 이용하면 방송에서 음료를 좋게 다루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면서 CBS 뉴스 진행자를 설득해서 힐 박사를 방송에 내보내게 하라고 지시했다.
직전에 “CBS This Morning”에서 콜라 한 잔에 든 칼로리를 태우기 위해 필요한 운동량에 대해 방송이 나간 상황이었다. 그러나 힐 박사 방송출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11월 6일 GEBN의 회장이 된 닥터 제임스 힐(James Hill)이 교수로 재직 중인 콜로라도 의대에서 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반납하기로 한 결정을 발표했다. 반면, 부회장인 닥터 스티븐 블레어(Steven Blair)가 재직 중인 사우스 캐롤라이나 의대는 오십만 달러를 반납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관 설립 이전부터 두 교수는 이 회사와 재정적인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11월 31일에는 GEBN이 웹사이트의 모든 컨텐츠를 내렸다. 코카콜라는 로나 애플바움의 퇴사를 발표했고, 코카콜라 회장은 인터뷰에서 회사가 앞으로 더 투명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GEBN의 재원에 대해 최초로 의문을 제기했던 오타와 대학교의 비만 전문가인 닥터 요니 프리드호프(Yoni Freedhoff)는 12월 1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GEBN은 코카콜라의 메가폰이라고 말했고 곧 문을 닫으면 이 단체를 만든 저의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 아니냐고 했다. NYU에서 영양학과 보건학을 가르치는 마리온 네슬레 (Marion Nestle) 박사는 GEBN은 코카콜라의 앞잡이로서, 비만이 정크푸드를 과량 섭취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단지 운동부족으로 생긴다는 메시지를 유포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Soda Politics’의 저자인 네슬레 박사는 대학이 돈을 반환하기로 한 결정을 반기면서, 다른 기관도 옳은 판단을 해서 재정관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네소타대학교의 생명윤리센터 소속 레이 터너(Leigh Turner) 교수는 학문윤리와 이해상충을 연구하고 있는데, AP와의 인터뷰에서 업체에서 돈 받은 전형적인 사례로 보이지만 다른 종류의 일이라고 말했다. 논문의 적합 판정도 회사가 개입해서 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오래 전부터 ‘운동하라, 그리고 운동 후에 미니 소다를 마시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 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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