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치과의사들이 권한다고 치실을 써봐도 구강건강에 딱히 좋을 게 없다는 근거가 나왔다는 글이 뉴욕타임스에 실렸었다. 2012년 코크란 리뷰에 실린 내용에 따른 보도였는데, 12건의 랜덤화임상시험(RCT) 결과를 메타분석해서 리뷰한 결과였다. 불소치약 칫솔질만 한 경우와 여기에 치실질(flossing)을 더 한 경우를 비교한 RCT 들이었고 결과는 1개월 후와 3개월 후에 치태의 양과 치은질환으로 보았다.

그런데 리뷰 결과 치은 출혈은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있지만 치태량의 감소에 대한 증거는 약하고 신뢰도가 적었다. 치태량의 감소 증거가 미약하니까 치태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는 것이고, 그러니까 치실질을 하지 않고 있다고 굳이 찜찜해할 필요도 없다고 보도한 것이다.

치아의 상실로 이르게 하는 양대 치태질환인 치아우식과 치주질환은 만성질환이고, 한 달이나 석 달 사이에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치주질환의 초기는 치은출혈을 동반한 치은염이다. 초기 치은염이 치조골 손실을 동반한 치주질환이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리고 20년씩이나 걸리기도 한다.

더욱이 치아 사이의 치태는 일반 칫솔로 제거하기가 어렵다. 치주학전문가들은 여전히 치아 사이의 치태를 교란하는 것은 치은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치과의사들은 물론이고 연방정부에서 치아우식과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매일 치실질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를 해 왔다. 이번 소동에 미국 보건복지부와 치과의사협회와 일반치과학회는 치간 세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답변을 냈다.

그런데 플로씽이 과학적으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문제라는 글이 이번 주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Nonsense: The Power of Not Knowing>의 저자인 Jamie Holmes는 그런 생각이 과학연구와 근거와 전문성, 이 세 가지를 혼동해서 생긴 오산이라고 봤다.
과학연구의 황금률은 랜덤화임상시험(RCT)인데 플로씽의 이익은 RCT로는 근거가 약하다. 그런데 플로씽의 효과를 ‘과학연구’로 평가해서 과연 치주질환을 예방하는가를 보는 일은 시간적으로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다수의 사람들에게 3년 이상 플로씽하지 않고 지내게 디자인한 연구를 IRB에서 승인해주기 어렵고, 플로씽하는 것이 과연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 전문가인 치과의사들 사이에 ‘진정한 불확실성’도 없기 때문이다.

치과의사들은 임상경험을 통해 치간세정이 잘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지식은 주관적이고 RCT를 해야 진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1990년대 근거중심의학 운동이 한창일 때에 논란이 된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근거중심의학에서는 RCT를 최고로 놓고 전문가의견은 바닥에 놓는다.
근거의 질을 따지는 게 중요하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그렇게 줄 세우는 건 지나친 단순화라고 보는 의사들이 많다. 서로 다른 지식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으로 환자가 얻은 지식이 있고,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임상경험으로 얻은 지식이 있고, 과학연구로 밝혀진 지식이 있는데 각기 나름의 가치가 있다.

임상역학자 얀 반덴부르크에 의하면, 임상전문성과 엄격한 평가, 양쪽 모두 과학연구의 단계상 유용하다. 임상의의 발견과 설명을 위해서는 임상의의 직감과 관찰과 사례연구가 가장 유용하고, RCT는 유용성이 가장 적다. 코크란 리뷰와 같은 체계적 평가는 전문성과 라이벌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것이다. 저런 리뷰 때문에 전문성은 불신하면서 RCT 평가의 부재를 지식의 부재로 혼동하면 안 될 것이다. 과학연구로 검증할 가설은 전문가들의 경험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수립해야 한다.

불소치약으로 칫솔질을 하는 것은 치아우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있다. 치실질이나 치간칫솔로 치간을 세정할 때 출혈이 있으면 치은염이 있다는 임상적 진단근거이고, 이 부위의 치태를 교란시키는 것은 초기 치은염 즉, 치은출혈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주변에 꾸준히 치실질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와 그런 분들을 진료해 본 치과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그리고 스케일링을 받으러 가게 되면, 치과위생사의 도움을 받아 치실질을 제대로 배워보라.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 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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