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교통사고 사망건수보다 마약과 용량에 의한 사망건수가 많은 사태를 마약위기로 규정하고 연방정부가 뒤늦게 나섰다. 첫째, 진통제 처방에 대한 국가지침을 내놓았다. 둘째, 특정 마약성 진통제에 새로운 경고 라벨을 요구했다. 셋째, 과용량을 예방하고 약물의 불법 판매를 막기 위한 시설 및 사업 예산을 추가로 요구했다.

지난 3월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진통제 처방에 대한 지침을, 수개월 간의 다자간 논의 끝에 발표했다.
지침에 의하면 통증 치료에 처음에는 이부프로펜과 아스피린을 사용하고, 단기통증에 대한 마약치료는 3일 동안, 그리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7일을 넘지 않도록 했다.
WHO의 진통제 사다리와 비슷하다.
마약처방 중 절반이 마약투여에 대한 훈련이 미흡한 일차진료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다는데, 환자는 처방받기 전에 요검사를 받고, 의사는 우리나라 심평원의 DUR에서 마약류 진통제 효능군을 점검하듯이, 처방트래킹시스템을 체크해 다른 데에서 받은 적이 없나 확인하도록 한다. 물론 암환자나 말기진료환자, 수술환자는 예외이다.

치과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한다. 메디케이드의 급여로 외과적 발치를 받은 2백만 이상의 치과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이 중 절반 가까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았다고 한다.
일부 의사단체에서는 이 지침으로 지속적 통증으로 고생하는 암환자들이 약을 얻지 못하는 예기치 않은 결과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고 AMA도 눈여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American Academy of Pain Management에서는 지침에 나오는 숫자들은 여전히 자의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지침이라고 평했다.

8월 말에는 미국 FDA가 마약성 진통제를 Xanax, Valium과 같은 벤조디아제핀계 진정제와 복합처방하면 위험하다는 경고 라벨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한 해에만 2만8,648명의 사망에 마약이 관련됐다. 2002년에서 2014년 사이에 복합처방을 받는 환자 수가 41퍼센트, 약 250만 명이나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응급실 자료분석에 의하면 과용량 사망률이 2004년에서 2011년 사이에 3배나 증가한 데다가, 과용량 사망의 1/3은 벤조디아제핀이 관련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통상적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게 된 것은 이미 20년이나 됐다. 요통이나 관절염 등을 마약성 진통제를 써도 중독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제약회사와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 속에 그렇게 해왔다고 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로는 OxyContin, Percocet, Vicodin 등이 있는데, 처방자료를 모아서 분석하는 리서치회사인 IMS Health의 보고에 의하면 이들 약제의 판매액은 연 20억 달러나 된다. 마약중독에서 헤어나 온 경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 약제의 중독성은 불법약물인 헤로인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백악관은 1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의회에 추가로 요구했다. 중독환자치료센터를 확대하고 마약 과용량의 위해를 줄이는 날록손(naloxone) 같은 약제의 사용을 증가시킨다는 취지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올봄 National Rx Drug Abuse and Heroin Summit 회의에서, 마약중독 문제에 대한 예산지원이 그동안 적었다고 지적했다.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 자체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일반적 시선도 문제 삼았다.
청소년 시절을 회고하면서, 자신이 약물중독에 빠지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아서였다면서, 약물중독과 싸우던 친구들이 자기보다 특별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도 아니라고 했다. 기존의 형사적 정의(criminal justice)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려고 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Sabrina Tavernise (2016, March 15) C.D.C. Painkiller Guidelines Aim to Reduce Addiction Risk. New York Times

Mark Landler (2016, March 29) Obama Steps Up U.S. Effort to Fight Abuse of Heroin and Painkillers. New York Times

Sabrina Tavernise (2016, Aug. 31) F.D.A. Orders Stronger Warning on Common Painkiller-Sedative Mix. New York Times.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 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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