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치과전문직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글에서 논의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주로 윤리와 관계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한다.
치과의사가 지켜야 할 윤리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치과의사가 처해 있는 객관적 존재조건과 사회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가치에 의존한다. 윤리란 이 둘 사이의 변증법적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윤리를 논하기에 앞서 이러한 존재조건과 가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치과의사는 고학력의 전문가 집단에 속한다. 학부과정 뿐 아니라 대학원과 전공의 과정, 그리고 각종 전문 강좌에 참여하는 치과의사가 점차 늘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으므로 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높으며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싫어한다.

둘째, 상대적으로 고소득집단이다. 취업형태에 따라 차이가 나기는 하겠으나, 평균적으로 다른 직업에 비해 소득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정치적으로는 보수적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입원과 응급진료의 비중이 낮고 고소득이기 때문에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여가생활과 함께 사회봉사에 참여하는 치과의사도 많기는 하지만, 그 활동의 내용은 조직적이기보다는 개인적인 경우가 많다.

넷째, 대부분이 소규모 자영업의 형태로 일한다. 최근 들어 집단개원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단독개원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치과의사는 자본가이며 경영인인 동시에 노동자이다. 경제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의료서비스의 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자본을 소유하지만, 직접 노동력을 투여하여 그 상품을 생산하기도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유지하고 관리할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

다섯째, 진료영역이 제한적이다. 공식적으로는 구강과 악안면 영역을 모두 다룬다고 하지만, 치과의사 대부분의 진료내용은 치아와 그 주위조직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이 받은 공식적 교육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사람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기회와 능력이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여섯째, 치과의사는 의료계에서는 소수그룹에 속한다. 의사나 약사에 비해 수적으로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을 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도 미약하다.
그러나 2000년에 일어났던 의료대란의 결과로 의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 발언권이 커진 측면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치과의사는 의료계에서 직역간의 다툼에 휘말린 적이 없는 유일한 집단이 되었다.

일곱째, 우리나라의 치과의사는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치과의사라는 직업의 전문화(Professionalization)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했던 경험이 일천하다. 그들은 이미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뿐이며 그러한 직업정체성이 확립될때까지 얼마나 많은 주체적 노력이 필요했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상이 우리나라 치과의사의 객관적 존재조건이라 할 수 있다.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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