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곰팡이가 스스로를 보호하던 물질로 세균을 막아내는 항생제를 만들었지만 항생제 시대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한 포스트 항생제 시대(post-antibiotic era)란, 그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가 안 되는 세균과 마주하는 시대다. 임질치료제인 3세대 세팔로스포린 제제, E. coli에 의한 요로감염의 경구치료제인 fluoroquinolones,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의 병원균인 Staphylococcus aureus의 치료제 등에 대한 내성이 문제이다.

최근 들어서는 superbug로 알려진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를 치료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급기야 포스트 항생제 시대에 진입할 거라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세균들끼리 내성을 쉽게 옮길 수 있는데, 이렇게 세균끼리 공유하는 유전물질이 확산되면 저항성이 확산된다.

미국에서 CRE가 크게 문제시 된 것은, 2015년 초 UCLA 메디컬센터에서 CRE 감염환자의 사망을 보고하면서부터다. 췌장 및 담도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사용한 내시경 때문에 감염이 전파했을 가능성을 짚었기 때문이다.
이후 FDA가 내시경이 감염에 기여한다고 일선에 경고했다. Duodenoscope의 내부 튜빙이 복잡해서 소독 후에도 세균이 남을 가능성을 감염관리전문가가 말했는데, 제조사 측에서는 설명서대로라면 환자안전에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작은 솔로 깨끗이 씻고 멸균제가 포함된 액체로 1시간 동안 씻는 표준과정을 제대로 거쳤지만 내시경에 CRE가 남아있음을 CDC 조사팀이 밝혀냈다. FDA는 2015년 2월말, 의료기기 회사에 이 사실을 감안해서 내시경을 디자인할 것을 요구했다.

CRE의 치료제로 유일한 것이 콜리스틴(colistin)이다. 이 약은 50년도 넘은 비싼 약이다. 그런데 지난달 말 미국 연구자들이 CRE를 콜리스틴에 내성을 갖게 하는 유전자를 펜실베니아주의 한 환자의 오줌에 있던 E. coli에서 발견했다. 환자는 다행히 치료가 되었는데 이 유전자를 CRE가 픽업하게 되면 큰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병원이나 너싱홈에서 호흡기나 카테터에 의존하는 환자에 국한해서 CRE 감염이 발생하지만 앞으론 모를 일이다. 의료 현장이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 감염환자를 치료할 때 더 강한 항생제로 치료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C. difficile 감염환자가 부쩍 증가할 것이다. 항생제 치료 자체 때문에 장내 정상세균의 판도가 바뀌어 C. difficile가 장의 세균생태계를 장악함으로써 그렇게 된다는 설이 있다.
뿐만 아니라 경구항생제로 약이 들지 않아 정맥주사로 항생제를 맞도록 환자의 집에 세팅해주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예정된 수술을 연기하거나 취소하여야 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여 시판하면 되지 않나? 항생제는 혈압약이나 당뇨약 등 다른 약과 달리 가끔 쓰고 그것도 단기간만 쓰는 약이다. 새 약은 옛날 항생제가 안 들 때 쓰려고 새 약이 나오자마자 처방하고 그러지를 못한다. 그러다 많이 쓰게 되는 날이 도래하면 세균들이 또 내성을 갖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그 약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시간과 돈을 들여서 시장에 내 놓을 유인이 없고 제약회사들이 개발 자체를 주저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염질환 전문가들은 의회와 FDA와 함께 제약회사가 신 항생제 개발에 투자할 재정적 유인을 마련할 길을 모색 중인 것이다.

FDA 정책에 따라, 미국에서 내년 1월부터는 사람에게 ‘의료상 중요한’ 항생제는 동물사육에 성장촉진제로 사용하지 못하고, 수의사가 항생제 사용을 감독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법적인 제제가 없이 자발적 참여를 위한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 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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