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의 The New York Times 읽기

의사를 키우는 교육과정에서 의료계의 다른 직역이 될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배우는 ‘직역간 통합교육(IPE, InterProfessional Education)’에 대한 연구는 꽤 축적돼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큰 사업으로 시범운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중심학습(PBL, Problem-Based Learning)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도입되고 시행된 지 오래 되었지만 간호학과 학생이나 사회복지학과 학생과 그룹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울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런 교육방식은 팀워크와 소통과 리더십의 증진은 물론이고, 넓게 보면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그리고 의료체계의 효율성 제고와 직결되는 일이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레지던트인 닥터 두루브 쿨라(Dhruv Khullar)가 자신의 의대시절과 레지던트 1년차 시절을 회고하는 글을 올렸다.

무수한 밤을 도서관에서 반쯤 졸린 상태로 보내면서 교과서를 “파기도” 하고 의대동료들과 사례 토론도 했지만 다른 직역이 될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다른 직역과의 협업이 중요하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레지던트가 되어서야 한 명의 환자를 잘 돌보기 위해 팀케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레지던트 1년차가 되어 학부 때 배운 유기화학부터 시작해서 배운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안전하고 위계적인 환경에서 배운다. 선배 레지던트와 펠로우와 외래교수 등의 가르침을 통해 임상의학에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 본인이 앞으로 가야할 길은 얼마나 먼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간호사, PA(physician assistant),

호흡치료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이 포함된 팀의 리더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못했다.

다른 직역의 역할이나 관점, 좌절과 한계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토론도 거의 없었다. 닥터 두르브가 보기에, 직역별로 따로 교육하는 전통적 의학교육 방식은 새로운 의료전달체계 모델에 맞지 않다. 새 의료모델은 팀기반 의료와 공동책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방향을 전환한 지는 오래 됐다. 2001년 미국 IOM(Institute of Medicine)은 모든 의료 직역이 학제간 팀 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졸업 후 교육수련에 대하여 인증하는 위원회인 ACGME(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도 직역간 통합학습을 중요한 역량으로 명시하고 있다. IPE 교육방법을 실험하는 큰 프로젝트 두 개도 진행 중이다. 하나는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이 주축이 된, ‘National Center for InterProfessional Practice’이고, 또 하나는 ‘Retooling for Quality and Safety’로, 다른 재단 연구소가 지원하고 있다. 특히 후자는 6개 대학에서 직역간 교육활동의 시범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랜드 라운드를 함께 하는 수업이라든지, 환자케어 계획을 짜 보는 소그룹 활동, 낙상 방지를 위한 질 향상 프로젝트 수업, 팀 멤버들끼리 개선점과 구체적 개선방법을 토론하는 시간을 포함한 임상 공동시뮬레이션 수업 등이 있다.

레지던트 교육에서도 여러 직역간 공동 라운드를 통해 안전과 질, 효율 면에서 병원 퍼포먼스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다. 아직 전체적인 결과보고서가 나와 있지 않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다른 직역의 일을 알게 됨은 물론, 자신이 속할 직역에 대해서 더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이를 통해서 환자 케어에서 미진한 부분을 채우고 다른 직역의 일에 대해서 건설적으로 지적하고 보완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 보건당국은 2018년까지 메디케어 지불의 절반을 새로운 지불모델로 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지불모델이란 포괄수가제와 환자중심의 일차의료(PCMH, Patient-Centered Medical Home) 책임의료조직(ACO,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을 이른다. 이 모델들은 모두, 의료직역끼리 높은 수준의 통합과 협업을 통해서 분절화된, 비효율적 체계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의료는 이제 전통적인 ‘의사-환자 관계’로부터 벗어나 ‘훨씬 효과적이고도 복잡한 의료팀-환자 관계’ 쪽으로 가고 있다. IPE는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대비하여 효과적인 의료팀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PBL을 거쳐 TBL(팀기반학습)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고 이미 수준급인 학교도 있다고 들었다. IPE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봄직하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