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의 The New York Times 읽기

미국에서 대학생 자살이 쟁점이 되고 있다. 엘리트 대학교에서 더 많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교육 제도, 미국 특유의 성취와 긍정의 문화 외에도 청년들의 실수에 대한 태도와 SNS 셀피(selfie)가 자살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13개월 사이에 6명이 자살한 펜실베니아 대학교 한 여학생의 자살에 관한 기사가 실려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녀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지만 주변에 온통 대단한 아이들뿐인 것 같았다. 자신감이 꺾였다. 매일 아침 학교 이메일을 열면 어떤 교수가 어떤 업적을, 어느 학생이 어떤 상을 받았다는 내용이 가득했다. 자기 얼굴엔 여드름이 났는데 화장까지 완벽하게 하고 등교하는 여학생들이 보였다. 매일 일찍 일어났다. 밤 10시까지 동아리모임에 들를 때도 있지만, 일주일에 10시간은 알바까지 하면서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의 셀피 사진을 보면 다들 대학생활을 재미있게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러다 옆 자리 남학생이 보내는 문자를 어쩌다 보게 되었는데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 자기한테 말을 거느니 뛰어내린다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다른 여학생의 자살 소식도 듣게 된다. 매력적이고 재능 많은 이 학생의 자살 소식에, ‘아니, 니가 왜 죽어, 할 일도 많은데! 먼저 죽었어야 할 사람은 난데’라고 블로그에 올렸다. 주변의 기대는 자극이 되고 그 기대에 맞추면 충만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던 그녀도 면도날을 사놓고 있었고 지인들에게 편지를 써서 쌓아두고 있었다.

교사의 꿈을 가지고 일찍 전공을 정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로 했는데, 하필 전공과목인 수학에서 60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크게 낙담했다. 미래에 대한 그림이 무너지고 있다고 적었다. 죽음을 출구로 생각했다. 자살로 죽은 학생 부모에게 수업료를 돌려주는지 알아보기까지 했다. 그 후 사감을 통해 조치가 취해지고 입원 치료를 받고 휴학 중에 인턴십도 하고 재입학을 한 상태였는데 끝내 자살하고 말았다.

잇단 자살이 펜실베니아 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연도는 다르지만 1년 사이에 튤레인 대학교에서 4명, 애팔래치안 주립대학교에서 3명, 코넬 대학교에서 5년 전에 6명, 10년 전 뉴욕대에서는 5명의 대학생이 자살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통계에 의하면 2013년 15~24세 자살률은 10만 명당 2007년 9.6명에서 2013년 11.1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학교 상담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내담자 반 이상이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2년 새 13%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불안과 우울이 가장 빈도가 높다. 그런데 실수에 대한 젊은이들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펜 학생상담소 소장과 이 상담소에서 16년 상담일을 해온 상담사의 말을 인용했다. 예전 같으면 실수하면 실망은 하면서도 다음에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실수를 인생 실패로 여기고 좌절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도 문제라고 한다. 물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는 오리가 수면 아래로는 오리발을 정신없이 버둥거리는 모습에 빗대어 스탠포드 대학교 학생들이 쓰는 말이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대책팀은 펜페이스(Penn Face)라는 것을 잠재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그것은 힘들고 슬픈데 오히려 행복한 척하고 당당한 척하는 것에 대한 짧은 문구다. 신입생 오티 때는 이걸 모아서 촌극으로도 만들기도 했다.

신입생 오티 자문도 했던 3학년 학생은, 다들 엄청 잘 나가는데 혼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말한다. 최근 펜페이스는 학생들이 자진해서 지우기로 했고, 대신 학생들 스스로 동료상담프로그램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SNS 문화도 지적되고 있다. 미시간 대학교에 ‘Emotion & Self-Control Laboratory’를 설립한 에단 크로스(Ethan Kross) 박사는 인간관계의 새로운 형태인 소셜 미디어의 이용이 정서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소셜을 통해서 다른 사람은 자기보다 힘들지 않게 잘 산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적극적으로 자주 포스팅하는 이용자들에게서는 정서변화가 크게 눈에 띠지 않았지만 수동적 소비(passive consumption)를 하는 이용자들에게 질투와 선망의 감정을 키운다는 것이다. 완벽주의에 반대하자는 취지로 나온, SNS에 “못난 셀피(ugly selfies)” 포스팅하기 운동을 유펜에서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 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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