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의 The New York Times 읽기

2018년 6월 18일 이후엔 미국에서 트랜스 지방이 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식물성 기름, 라아드(돼지기름), 버터보다도 저장기간이 길어서 보관이 용이하고, 비용도 훨씬 저렴한 마가린과 쇼트닝을 식재료로 많이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것들을 가까운 미래에는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6월 미국 FDA가 식품업계에 앞으로 3년의 기한을 주면서 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을 제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가 만들고 사용하는 트랜스지방의 주 원료는 PHO(partially hydrogenated oils)다. PHO의 원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콩기름과 면실유다. 그 외에도 코코넛유와 야자유가 있다.

이들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서 경화시켜 만든 경화유들은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로부터 별도로 허가를 받지 않고도 첨가할 수 있는 범주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FDA는 이 경화유들을 더 이상 GRAS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련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6월 17일 일반에 공개했다.

2018년 6월 18일부터는 일단 식품에 트랜스지방의 첨가가 금지되는데, 첨가를 해야 하는 경우 일일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품에서 지방이 빠지면 당연히 풍미와 질감이 떨어진다. 게다가 지방에는 리놀레산이나 올레산와 같은 필수지방산도 들어있어 어느 정도 섭취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트랜스지방으로는 이런 필수지방산을 섭취할 수도 없고, 오히려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의 생성에 기여할 뿐이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동물성 지방이라고 하면 무조건 배척하는 분위기가 존재했고, 트랜스지방이 많은 경화유의 원료가 식물성이다보니 모르고 많이 이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1990년대부터 트랜스지방이 동물성지방보다도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의 그러한 비과학적 믿음도 소비를 지속하게 했다는 것이다.

“날 믿어요, 차라리 버터가 낫습니다”라는 글을 기고한 식품저널리스트 마크 비트맨(Mark Bittman)은 쇼트닝이 라아드보다 낫고 마가린이 버터보다 낫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견과류나 식물성 기름이나 생선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이 라아드나 버터보다 낫지만 식물성기름으로 만든 경화유인 트랜스지방은 라아드나 버터보다도 나쁘다는 것이다. 비트맨은 트랜스지방은 필수영양소도 아니고 비용 대비 이익을 생각하는 식품업계에나 이익이 되는 정크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연히 당장 금지하여야 하는데 3년이나 시간을 주는 데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3년부터 트랜스 지방의 함량을 식품포장에 표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 후로 2012년까지 78% 이상 트랜스지방이 줄었다고 추정되고 있다. 2013년에는 잠정적으로 PHO가 더 이상 GRAS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지해놓고 있기도 했다. 일반각계로부터 6,000건 이상의 의견을 접수하고 이를 검토 했다. 또한 과학적 근거도 검토했다.

임상시험을 통해서 트랜스 지방의 섭취와 LDL 콜레스테롤의 비례 관계를 재확인하고, 인구집단에 대한 전향적 역학적 관찰연구에서도 트랜스지방의 섭취와 관상동맥질환(CHD) 위험 사이의 일관된 연관성을 재확인했다. 또한 이에 대해 전문가집단의 리뷰를 거치고 각계에서 받은 의견도 집계한 결과를 통해서 이번에 최종결론을 내리고 업계에 통지를 하게 된 것이다.

트랜스지방은 통상 케이크를 덮은 하얀 부분인 프로스트, 파이를 올려 굽는 받침부분인 크러스트, 비스킷, 전자레인지에서 돌리는 팝콘, 커피의 크리머, 냉동 피자, 냉동 밀가루 반죽, 쇼트닝과 마가린에 들어있다고 한다. 이런 제품에 식물성 기름 자체를 쓰거나 버터를 쓰려면 가격이 비싸져서 새로 들어갈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테고 제품 가격 또한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FDA의 추산 결과, 그 추가 비용이 약 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렇지만 건강상의 이익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앞으로 20년 동안 트랜스지방을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재료로 대체할 경우 의료비 등으로 들어가는 건강부담비용을 1,400억 달러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 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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