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

전공의 수련기간을 단축하자는 안도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학부와 의대, 전공의와 세부전문분과 펠로우 과정을 다 더해서 보통 14년이 걸리는데 이를 10년으로 줄여 총 기간을 30% 줄이자는 것이다.

이미 2012년 3월 JAMA에 의료윤리학자 에마누엘과 보건경제학자 훅스(V. Fuchs)가 기고한 바 있다. 의대생 입장에서 빚도 문제지만 의사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생각이다. 메디케어 예산이 줄면서 메디케어에서 지원되는 수련지원금도 줄어들 것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수련 기간을 줄이면서 3년차의 연구년은 대학에 남을 인력에 국한하고 내·외과계 수련기간 동안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교육내용은 정리하고 필수적인 것에 수련의 주안점을 두자는 것이다. 대체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란 어떤 것들일까.

첫째, 의사들로 하여금 자신의 역량에 대해서나 한계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하며, 둘째, 근거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진료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고, 셋째 집단의사결정 이라든지 진료의 표준화, 주변진료인력으로의 업무이관, 그리고 성과 측정 등에 대해 더 익숙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전공의 수련에 정부지원을 늘리는 입법안을 놓고 의회를 압박하거나 수련 기간을 단축하는 문제는 수가책정이나 지불방식 등 얽힌 변수가 많다.

그런데 에마누엘과 훅스가 이 안을 내놓으며 강조한 점은 들어볼 만하다. 임상과 연구, 교육을 다 잘 하는, 과거의 이상적 의사 상이 한물갔으니 그에 따라 의학교육과 수련도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단을 똑 부러지게 하고 공감 잘하면서 진료하는 임상의사면서 연구업적도 왕성하게 내놓을 뿐만 아니라, 번뜩이는 재치로 후진도 잘 가르치는 의사. 이런 의사 상을 염두에 두고 모든 의사에게 연구경험을 요구하고 탁월한 자율적 판단을 요구하는 교육수련시스템이 이어져왔는데 이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 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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