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 법제이사의 솔로몬의 지혜

지난 8월 29일 대법원에서 치과의사의 안면부 레이저 시술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승소했고, 마침내 3심에서도 법원은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번 안면부 보톡스 판결에 뒤이은 쾌거로, 안면부 영역에 대한 치과의사의 전문성과 정당성을 또 한 번 입증 받은 것이다.

8월 29일 이후로 의과계에서는 난리가 났다(의료계가 아닌 의과계이다). 피부과의사회에서는 대법원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에 들어갔고, 실제로 시위를 하고 있다. 또한 구강미백학회를 창립하고 실질적인 학술 활동에 들어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구강 미백이라는 단어가 치아 미백을 뜻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또한 신문지상에 치과의사를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은 광고를 게제하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에서는 ‘구강 내 불소도포’를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성인답지 않은 수준 낮고 격조 없는 행동들이며,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유치한 대응이었다. 그리고 지면에 담을 수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의과의 전 방위적인 공세가 있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들에 대해, 여러 군데의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질문을 해 왔다. ‘의과계에서 치과 관련 학회도 만들고 관련된 진료를 하겠다는데 왜 대응을 하지 않냐’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 나갈 예정인지 상당히 궁금해 했다.

의과에서 치과 관련 학회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으며 환영하는 바이다.

필요하면 관련 연자들을 정식으로 소개해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향후 실제로 시술이 행해지면, 그때 가서 어떤 시술을 하고 있는지, 의료법 위반 여지가 있는지 정밀하게 분석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면 된다.

또한 의과 쪽에서 매스컴을 통해 광고를 하는 것에 대해, 왜 대응 광고를 하지 않느냐고 우려와 질책을 하는 분들이 있다.

대응 광고는 할 필요가 없다. 대응 광고를 하면, 이는 의과계의 프레임에 말려들게 된다. 광고는 공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빈자가 부자와 같은 수준으로 생활비를 쓰면 결국은 먼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이미 결론은 난 상태이며, 재판 진행 과정에서 정말로 엄청난 매스컴에 보도가 되었고, 이는 광고 효과로 치면 몇 백억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의과에서 광고를 내면 안면부 영역에 대한 미용 시술을 치과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주지시켜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는 측면도 있다.

이런 의과계의 공세에 대한 치과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적극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더 큰 역풍에 대한 추가 대비가 필요하며, 또한 경제적인 부분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분하게 국면을 지켜보며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자는 의견도 많다. 사안별로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보다 크게 보고 내부적인 자체 정화 및 의과계와의 합리적인 대화를 해 나가자는 의견이다.

가장 수준 낮은 반응은 무엇일까? 치과의사가 입안에만 신경 쓰면 되지 왜 협회가 쓸데없이 개인의 소송에 관여하여 골치 아프게 의과와의 분쟁에 휘말리느냐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일반 회원들이 아니다. 협회 회무를 잘 알고, 깊이 관여하는 분들도 있다. 이들은 협회가 쓸데없는 데에 관여하여 돈만 쓰고 분란을 일으킨다고 비방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제발 비방을 중단하기를. 이는 누워서 침 뱉는 격이며 같은 치과의사란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강운 원장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원 석사·박사 학위 취득,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치주과 인턴·레지던트를 수료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겸임교수와 성균관의대 외래교수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법제이사와 의료광고심의위원회와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위원,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강치과 대표원장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