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존스(1930~)

그림 1 느린 평면  1962. 캔버스에 유채 및 오브제 181x90cm, 스톡홀름 근대 미술관
그림 1 느린 평면 1962. 캔버스에 유채 및 오브제 181x90cm, 스톡홀름 근대 미술관

뉴욕의 레오 카스텔리 화랑에서 데뷔한 뒤 재스퍼 존스는 1950년대 말 단순한 문장의 형상 반복을 버리고 좀 더 관념적으로 좀 더 까다로운 그러면서도 문장만큼이나 눈에 잘 띄는 숫자나 알파벳과 같은 시각적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숫자 회화'는 1955년에 등장했다. 그 뒤를 이어 보다 공격적인 화려한 색상의 <잘못된 출발>(1959)과 같은 작품들을, 1960년에는 첫 번째 오브제 조각인 <채색한 청동밸런타인 에일)>, <채색한 청동(사바린)> 을 선보이게 된다.
<느린 평면>보다 1년 앞선 1961년에는 미국지도를 사용 한 첫번째 회화를 제작했다.

납화 기법을 사용한 회화와 유화 물감으로 그린 회화의 외양이나 그 느낌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유화보다 길이나 질감이 더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납화 회화의 전반적인 느낌은 거의 벽과 같은 평면성이다. 이는 존스의 초기 주요작들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1960년대 존스는 자신의 그림이 보다 공간적으로 열려 있으며, 다양한 겉모습을 지니 를 바랐고 이는 점차 유화물감의 사용으로 이어졌다.

<느린 평면>은 유화라는 보다 유연한 수단이 지닌 이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다양한 붓질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두껍고 얇게 바른 물감들의 크고 작은 공간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공간의 흐름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눈이 그림 위를 움직이면, 표상과 형태는 앞뒤로 움직이면서 같은 '평면' 혹은 바탕의 서로 다른 버전으로 끊임없이 형태를 바꾼다.

제목의 '느린'은 자신을 스스로 서서히 드러내는 이미지를 암시한다. 다른 말로 하면 그림을 찬찬히 바라보는 동안 우리의 이해를 더디게 하고 훼방놓는 이미지인 것이다. 우리는 요소들-알파벳, 사물, 기타 등등을 알아보지만 그것들을 적절하게 읽어낼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세로로 길게 누워 있는 글자들을 알아보는데 꽤 시간이 걸리며 이 글자들이 'RED. YELLOW AND BLUE'라는 것을 해석해내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존스가 실제 사물을 사용하는 바람에 이러한 난해함이 더욱 심해졌다. 어떤 것들은 표면에 붙이고, 어떤 것들은 물감과 섞어 그 정체성을 잃어 버리도록 했다. 아래쪽 오른편에 경첩을 달아 매달아 놓은 작은 캔버스와 붓은 '추방당했으나 잡아 늘인 이미지의 형태로 적절하게 회귀했다.

평면회화, 1963-64, 캔버스에 유채 및 오브제(2개의 패널), 183/ 93.5cm
평면회화, 1963-64, 캔버스에 유채 및 오브제(2개의 패널), 183/ 93.5cm

 

비판적인 아이러니, 재스퍼 존스 그리고 뉴욕 예술

존스의 작품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진 않지만, 전투적인 면이 있다. 존스는 자신의 작품이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반대라고 생각했다. 전통적인 추상표현주의자들은 그가 빠르게 명성을 얻은 것에 대해 분개하였으며 평론가들도 여기에 합세했다. 존스의 반응은 '쿨'했다.

그는 특히 <느린 평면>에서 가장 예리한 아이러니로 맞대응했다. 1950년대 말과 1960년에 초는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색면 회화'가 최정점을 맞았을 때였다. 존스는 평면인식을 다원화하고 '느리게' 함으로써 평단의 상당한 공명을 얻어냈다.

이는 작품 안에서 한가운데에 있는 글자기둥 -바넷 뉴먼의 '지퍼'를 연상시킨다-과 클리포드 스틸의 회화를 일부러 흉내낸 것처럼 보이는 태시즘(물감을 흘리거나 뿌리는 추상화법)으로 인해 더욱 강조된다.
 

채색한 청동(사바린), 1960, 청동에 유채, 34.5/20.5cm 직경, 화가개인소장
채색한 청동(사바린), 1960, 청동에 유채, 34.5/20.5cm 직경, 화가개인소장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