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 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마지막 생각” 일곱 번째 시간인데요, 의사와 환자의 가치가 부딪히는 사례를 말씀하시던 중이었어요.
: 통증을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의사가 환자의 통증은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데 정작 환자는 반대하는 경우였죠.

: 의사 입장에서 보기에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환자 사례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환자가, 아, 있을 수 있겠네요.    
: 효과적인 치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진통이 아니면 투약을 굳이 거부하면서  마치 진통을 더 원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약하다는 징표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다니까요.

강: 예, 선생님. 환자 본인의 믿음이 그렇다면 강행은 할 수 없겠죠. 그리고 봐 가면서 환자의 의사를 다시 물어볼 수도 있고요. 환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게 선생님의 신조이고 거기에 반대할 생각은 없고  그래도 통증을 실제로 견딜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인 의사가 알아서 정리를 해 주지 않겠어요?

치료효과를 떨어뜨리거나 하면 안 되지만요. 사실, 다른 것은 전혀 무시한 채 무통만 고집해도 문제이고 체면만 생각해서 억지로 참으려고 하는 환자도 문제잖아요.   

: 하여간 의사 입장에서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다른 의사를 불러 협진을 할 수도 있고 환자에게 생각할 여지도 주고 해봐야겠지만 결론적으로는 환자가 납득하는 선에서 해야 하겠지요? 가능하면 환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원칙은 고수해야 합니다. 

: 예, 선생님. 그 경계선에서 그래도 환자의 가치관을 고려하면서도 환자의 의학적인 이익을 생각해서 설득해가면서 환자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노력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 그런가하면 의사가 도무지 타협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이성적으로도 한계가 있다고 할까, 뭐 그런 사례 말입니다.  

: 예. 교황의 권위를 부정하고 헨리 8세를 영국 교회의 수장으로 만드는 법령에 반대하기를 굽히지 않다가 처형당하는 토마스 모어, 도망가면 사형집행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소크라테스의 예까지요. 어디까지나 선생님 의도는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한 불통상황을 예시하시는 거였죠?
: 타협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가치갈등 상황이 임상에서도 가능하니까요. 

: 예. 모어가 사실 거의 모든 점에서 왕과 생각이 잘 통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다 잘 통해도 한 가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해서 관계를 틀어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 그리고 말이죠, 가치갈등이라는 게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있지만, 사실은 의사와 병원 사이에, 의사와 의사 단체 사이에, 그리고 또, 의사와 사회 전체 사이에도 있을 수 있어요.

: 예. 중절을 두고 의사와 환자가 갈등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듯이 법에서 중절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선택의 문제라고 믿은 의사도 있을 수 있다고 적으셨죠? 후자의 경우가 바로, 법과 의사가 갈등하는 사례인 것이고요. 그리고 법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있을 수 있는 사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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