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좋은 의사’ 스무 번째 시간인데 의료윤리교육의 시기에 대해 말씀하시던 중입니다. 

샘: 그래요. 시작과 끝에 하자는 안을 하나씩 생각해 봅시다. 우선 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 돼가는 시작 시기에 공식적인 의료윤리교육을 하는 방법은 백신접종 같은 것입니다. 

강: 네? 오히려 면역이 생겨버리면 안 되고 감수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샘: 그렇게 생각했군요! 오히려 도덕적 위기를 겪지 않게 한다는 차원인데. 

강: 백신접종에 비유하는 건 처음 들어요. 위기라는 것도 좀 이상하고요. 어디서 어떻게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식으로까지 생각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씀하세요. 

샘: 물론 중간 중간 부스터가 필요하긴 하지만 처음에 기본적인 보호를 제공한다는 거죠. 

강: 그런데 선생님, 그래서 그런 기본적인 보호라는 게 얻어지나요? 

샘: 이 방식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어요. 초기 도스라는 게 대개의 경우 적고 희석된 것이어서 그렇습니다. 보통은 1학년 때에 특강 형식으로 한두 번 하든지 점심시간에 몇 번 토론하거나 뭐 그런 식이니까요. 

강: 계속 접종주사에 비유하시니까 좀 그렇긴 한데 계속 말씀해 보세요.

샘: 더 중요한 건 방법과 목적의 미스매치에 있어요. 

강: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이런 관점도 있다는 인지를 갖게 하는 정도로 목적을 두면 될 것 같은데 도덕적 위기에 대한 면역이라니 저는 그게 영 아닌 것 같습니다. 

샘: 그렇군요. 사실 윤리적으로 섬세하게 나아가는 데에는 두 가지 구분해야 할 단계가 있는데 자주 혼동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 중 하나의 단계가 강 선생이 말한 도덕적 감수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강: 예!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도덕적 감수성은 어떤 건가요? 

샘: 어떤 가치를 전제로 하는지 알게 하고 어떤 가치의 상충이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 가치의 성격이나 원천에 대해서도 좀 다른 이론적인 설명에 대해 접해보게 하는 것이죠. 

강: 예, 의료와 가치에 접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니까 좋습니다.  

샘: 그런 내용은 한 번의 코스로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윤리적 이슈에 대해 인지도를 제고하는 것 외의 구체적인 목적이 더 중요한데 이것은 윤리적 판단을 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강: 예, 말씀하신 두 가지 단계가 그렇게 두 가지였군요! 저는 첫 번째 단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못 하겠습니다만 그렇게 두 단계로 말씀하시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샘: 그렇게 생각하고 있군요. 윤리적인 쟁점들에 대해서 오랜 시간 반성적으로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내면화 과정이 있어야 두 번째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일종의 마음의 습관 같은 것이죠. 

강: 예, 그러니까 몇 차례의 특강 같은 것으론 부족하다는 말씀이네요. 

샘: 대용량을 단 번에 투여하더라도 안 될 일이죠. 사실 똑같은 이유로 교육과정의 끝 부분에 가서 단 번에 이루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