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좋은 의사’ 열세 번째 시간이에요. 지난번 말미엔 좋은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혹은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사례를 가지고 생각하기와 현장에 직면하기,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와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샘: 사례를 가지고 토론하다가 현장에서 직접 보면 일종의 혼동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요. 현실이 간단하지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결국 반응에 습관이 생겨나죠.

강: 반응에 습관이요? 습관적인 반응이요? 

샘: 여러 가지 면에서 균형이 잡힌 패턴이 생기죠. 정보에 기초해서 반성적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패턴 말입니다.  

강: 뭔가 좋은 게 가능하다는 말씀 같은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짜임새 있는 과정이 없더라도 결국 사람의 인지기능상 주어진 환경에서 안정적인 대응패턴을 만들어 나가지 않겠어요? 나쁘게 굳어질 수도 있는 패턴이요. 하여간 선생님, 여러 가지 면에서 균형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짚어주시겠어요? 

샘: 이런 거죠. 결과주의적인 가치와 비결과주의적인 가치의 균형, 의사의 욕구와 의사의 의학적 지식의 균형, 의사 자신의 도덕적인 소신과 환자의 가치관, 그리고 환자로부터 초연하기와 환자와 동일시하기, 그리고 또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감정적 요인과 인지적 요인 사이의 균형.  

강: 바로 이 패턴이 결국에는 이른바 임상적 판단이라는 것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고 하셨죠? 듣고 보니 맞는 말씀 같아요. 좋은 패턴이 그냥 일어나지는 않겠죠? 

샘: 그렇죠. 그렇죠. 우여곡절을 거치는 과정에서 배양되는 자질이지요.   

강: 예.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면 그걸 다시 되살려 생각하고 정리하지 않고 선배의사들이나 동료들과 토론도 하고 지혜를 얻을 시간이 부족했더라도 무언가 남긴 할 것 같아요.  

샘: 그걸 좀 더 잘 해볼 방법이 없을까하는 거죠. 지금 현실에서 좀 어렵다면 가능하도록 할 방법은 찾아야죠. 하여튼 지금까지 논의한 걸 정리를 해볼까요? 좋은 의사가 된다는 것은 단지 의과학이나 임상의학의 사실적인 지식이나 테크니컬한 스킬 외에도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일정한 성격과 질적인 부분도 갖춘 임상적 판단 능력도 갖추어야 하는데 이런 판단은 인지적 학습과 정서적 학습의 상호작용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강: 예, 선생님. 

샘: 만일 지금 내 말이 맞다면 그 방향으로 의학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 취사선택할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후보가 될 만한 방법 몇 가지를 검토해봅시다. 

강: 임상현장에서의 업저베이션과 실제 진료경험, 이런 건 금방 떠오르지만 어떤 방법들일지 책을 읽어볼게요.   

샘: 우선 말이죠. 환자 입장에서 진료를 받는 일과 연관된 난처함 등등의 요소에 대해 의사의 눈을 뜨게 해 주는 최상의 자료가 뭘까요? 환자가 되어본 의사들의 기록 아닐까요? 일종의 증언 같죠,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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