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닥터스 딜레마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공공정책, 아홉 번째시간인데요.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인력이 곳곳에서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제를 말씀하시던 중이셨어요.

: 의사들이 일하기 원하지 않는 지역에서 일하게 하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의료비 문제가 있어서 어렵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상황에서는 문제를 해결 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뭔가가 희생되게 되어 있어요.

: 예, 의사들의 자유가 되었든지, 지역민들의 건강이 되었든지, 아니면 공공재 정 중에서 어느 것이든 희생된다고 하셨죠? 그러면 누가 어떻게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까요?

: 효율이다, 형평이다, 라고 하는 슬로건만으로는 되는 일이 없어요. 의료가 제공하는 다양한 결과의 비용과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 아주 정교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죠.

: 예.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만 맞는 말씀이에요. 결국 어떤 결과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지, 그 결과를 내는 데에 들어가는 금전적인 비용과 비금전적인 비용을 어떻게 감안할 지, 그게 언제나 의사결정의 핵심이 되곤 하는 것 같아요.

: 아무튼 내 생각은 이래요. 효율이 형평과 상충할 때 효율에 너무 무게를 싣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데, 그 이유가 형평이라는 것의 가치를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강: 예에. 근데 그게 실제로 어려우니까요!

: 측정치가 필요하다는 가정도 문제가 있다고 봐야만 해요. 이게 내 생각입니다. 정보에 근거한 판단, 세심한 판단 그런 게 필요한데 말이죠. 리더십의 핵심 아니겠어요?

: 정보나 세심함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어요? 책상에 앉아서 기관내부에서 들어오는 보고만으로는 그런 게 제대로 될 것 같지가 같아요. 이전과 달라지는 부분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들어야 하는 것 같지 않으세요? 더욱이 의료에서는 최일선에서 일하는 당사자들을 우선 감안해야 할 것 같아요.

: 그래요, 마지막으로 예를 하나 더 들어볼게요.

:옆집에 대가족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고 하실 참이시죠? 막내만 거의 내 팽개치다시피 하고 다른 아이들만 잘 챙기는 집 사례요.

: 맞아요. 우린 아마 그 가족을 아주 엄중하게 판단하게 될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 예, 물론요. 막내를 버린 자식 취급하며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대하니까요.

: 그렇죠. 바로 이것에 대한 생각이 롤스이론의 초석이 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 예, 선생님. 자유에 대한 존중도 있어야 되지만, 우리중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정신이 롤스의 철학이죠, 선생님.

: 질병이나 장애로 극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상황, 롤 스가 말하는 최저수혜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죠? 아주 중요한 의미에서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 예, 그들의 고통이 내버려져 있다면요.

(다음 호에 계속)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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