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준(이앤이치과) 원장이 4월 12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1707에서 ‘라 베르나, 오상의 카이로스’를 주제로 사진전을 진행한다. 그 일부 작품을 2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고(故) 백기수 교수는 ‘미학’에서 카이로스란 일상적인 연속된 시간의 흐름이 어느 순간에 단절되고 성화 되어, 미의식이 집중되는 특수한 질적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의미의 “카이로스”는 종교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한 개인의 운명 속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그러한 시공간의 경우이다.

젊은 날의 프란치스코는 아씨시 외곽에 있는 산 다미아노 성당에 들어가 기도하던 중 “프란치스코야. 다 허물어져 가는 내 집을 수리하여라”는 음성을 들었다. 그는 이 음성이 이 성당을 수리하라는 뜻으로 이해하여, 부친 가게의 비싼 옷감들을 팔아 돈을 마련했다. 그의 부친 피에트로는 화가 나서 프란치스코를 집으로 끌고 와 체벌을 하고, 사슬에 묶어 가두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자유롭게 풀어 주었다. 결국 프란치스코는 아씨시의 주교와 대중 앞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속옷까지 다 벗어 부친에게 돌려주었다. “이제부터 저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만을 아버지라고 부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상속권은 물론 부자간의 관계마저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옷을 입고 구걸로 연명하며 회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갇혔던 장소는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도 같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그곳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시공을 초월한 전환점의 공간이다. 또한 부친의 세속화 시도와 하느님을 향한 성인의 믿음이 부딪쳤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부친의 강력한 억압 아래 있던 프란치스코 성인에게는 진리를 향한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시간의 요소는 순간(moment)인데, 일상적 현실은 이 순간들이 연속되며 수평적 일방적으로 영원히 흐른다. 이러한 시간은 인간 정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이 흐를 수 있다. 카이로스도 역시 순간이지만, 이것은 연속되는 시간 속의 물리적인 순간이 아니라, 사물과 인간 정신과의 대화의 시간에 속하는 것으로서, 초월적인 것과의 수직적 접촉점이다.

 

임창준(프란치스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사진동우회 포토미아회원으로 사진에 입문했다. 치과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임상 사진만을 촬영하다가, 환갑을 앞두고 다시 사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포토저널 칼럼니스트로, 2018년부터 예술사진연구회(가칭)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프랑스 ‘까루셀드르브르아트페어’, ‘4인의 감각전’ 등 다수의 사진전에 참여했다.
그는 1991년 단국대학교 치과대학교수시절 가톨릭신자가 됐다. 2011년도에 ‘창조물의 신비’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13차 프란치스칸영성학술발표회에서 창조물의 신비를 위한 자연과학적 접근을 위해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의 변화 및 치유’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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