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 마지막엔 이 여성 커플에게 생식보조기술을 사용한 서비스를 거부해야 한다고, 아니, 거부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샘: 그렇습니다.

강: 그런데, 선생님, 이 여성들이 아이를 잘 양육 못할 거라는 무슨 증거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무슨 편견 때문이신가요? 못 기를 거라는 확고한 증거가 없는데 거부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샘: 확고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죠. 그렇다고 어느 정도면 충분한 증거가 되는지 알 수도 없죠.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어떻습니까?

강: 어떻게요, 선생님?

샘: 잘 생각해보세요. 아무튼 이 경우 온전한 양육환경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입양기관이 입양가정을 선정할 때를 한 번 생각해볼까요? 이 기관들은 경험이 많은데 아미 이 커플에게 입양을 시키진 않으려고 할 것 같아요. 부모로서 양육을 잘 할 수 있는지 아주 진지하게 검토를 할 테니까요. 입양아를 데려오기가 어렵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요.

강: 아예 처음부터 입양기관 자체가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하죠?

샘: 그건 또 무슨 말이죠?

강: 입양을 하려면 직장이 있어야 하고, 교회를 다녀야하고, 중산층으로 번듯하게 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나름의 패러다임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사랑이 넘치고 상식적인 커플에게도 입양을 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죠? 입양을 시킬만하다고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이상하다면요?

샘: 그럴 리가 있나요? 이것저것 정해진 항목들을 체크하면서 검토하겠죠?

강: 물론 체크리스트야 있겠지만 겉으로 멀쩡하면 속으론 못된 사람이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을 걸요! 그리고 입양기관이라는 곳은 가정으로 아이들을 보내주려고 하는 기관이잖아요. 그러다가 입양하겠다고 신청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아직도 입양기관의 기준을 이 사례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샘: 그러니까 입양기관과 비교해서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건가요? 입양자 선정기준을 아이를 낳아 키우려는 사람들에게로 확대할 수가 없다는 건가요?

강: 예, 바로 그거예요. 이 사례의 커플에게 입양기관이 입양을 거부할지, 그것도 모르겠어요.

샘: 이 사례의 여성에게 입양을 거부하는 것과 이 클리닉에서 시술을 거부하는 것이 무관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

강: 예, 맞아요.

샘: 그런데 그게 진짜 무관할까요? 혹시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강: 무슨 말씀이시죠? 그게 어떻게 유관해지는 거죠?

샘: 보세요, 이 클리닉은 의학적 문제를 치료하는 곳이 아니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에요. 그렇다면 병원보다 사회서비스 기관과 더 유사하다고 할 수 있죠.

강: 그러니까 클리닉에서도 입양기관처럼 부모로 적합한지를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요?

샘: 그렇죠!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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