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열일곱 번째입니다. 지난주에는 완벽주의 도덕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다 끝났는데요.

샘: 그렇죠, 강 선생이 그 이론의 갈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끝났어요.

강: 선생님이 책에서 말씀하신 건 탁월한 소수를 키우는 데에 사회의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완벽주의 도덕이론이었어요.

샘: 그래요, 강 선생이 이야기한 완벽주의는 다른 거였죠. 인성/인생과 연관되는 완벽주의, 인성계발을 통한 좋은 삶에 가치를 두는 완벽주의였지요.

강: 예, 맞아요, 선생님. 데렉 파핏(Derek Parfit) 같은 현대윤리학자는 인성의 계발과는 또 다른 완벽주의 도덕이론을 내놨는데요. “인생에서 최선의 것들”을 실현하는 데에 가치를 두는 입장이에요.

샘: 거기서도 인간본성이나 인성과 연관시키지 않는군요?

강: 예, 맞아요.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는 이론이에요.

샘: 그건 왜 그렇죠?

강: 파핏 외에도 현대 윤리학자 중에서 이 부분에 골몰하는 분들이 있긴 한데요. 아무튼 인생에서 좋은 것들은 무엇인가, 혹은 어떤 것들이 있어야 좋은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가? 등등. 그런 문제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샘: 그렇군요.

강: 예. 하여간 인성의 계발 같은 것보다는 객관적으로 좋은 것들의 목록을 생각하는 쪽이죠.

샘: 그렇군요, 그렇게 인성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좋다고 하는 것들이 왜 사람들에게, 그리고 인생에 좋은지 설명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강: 예, 맞아요, 그런 지적이 만만찮게 있어요. 하지만 저는 윤리학이 개인의 행동규범이나 인성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인생의 가치나 의미라고 생각하는 것들, 성공에 들어가는 목록으로 보는 것들에 대해서 골몰하는 학파가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요.

강: 객관적으로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은 어떻게 보면 가치다원주의에 한계를 지울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인생에 좋은 것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고, 또 그런 점에서 사회문화정책의 지향도 정해질 수가 있고요.

샘: 그리고 사실 엄밀히 완벽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강: 예, 그렇지만 충분히 좋을 수는 있어요. 그리고 사실 완벽주의 도덕이론을 이기주의적인 완벽주의와 비이기주의적인 완벽주의로 나눌 수도 있어요.

샘: 그렇겠군요. 다른 사람들의 삶의 좋은 것들을 증진하는 것도 완벽주의에 포함되니까요.

강: 예, 사실 인간에게 최선의 삶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이 다 최선이 되는 거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샘: 결국 거기서도 정의의 문제가 생겨나네요.

강: 예, 선생님이 말한 완벽주의, 엘리트를 키우자는 완벽주의 도덕이론 자체는 도덕이론의 자격이 없다고 한 대목으로 되돌아갈 차례에요.

샘: 이제 정의의 문제로 가봅시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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