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열여섯 번째입니다. 지난주에는 어떤 도덕이론이든지 그 이론이 내놓는 도덕원칙은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여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샘: 그리고 완벽주의(perfectionism) 도덕이론이 그걸 통과 못한다고 했지요.

강: 예. 책에서 선생님이 규정한 완벽주의 도덕이론은 그렇다는 말씀이죠.

샘: 내가 이야기하는 완벽주의는, 옳은 행위란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행위라든지 다수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행위가 아니고, 바흐나 뉴튼 같은 탁월한 사람을 배출하는 데에 기여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강: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인간의 탁월성에 가치를 두는 입장인거죠, 선생님?

샘: 그렇죠. 완벽주의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선은 우리 인간 종을 완벽하게 하는 고도의 성취를 이루는 것이니까요.

강: 예에. 그렇게 뛰어난 소수를 위하는 정책에 나머지 사람들도 동의를 해줘야 하겠네요. 인간의 탁월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보는 입장이니까요.

샘: 그렇죠. 19세기 영국의 귀족주의자들, 고대 그리스에서도 일부가, 그리고 니체가 그런 입장이었죠.

강: 존 롤스(John Rawls)가 『사회정의론』에서 반박했던 게 그런 거였어요.

샘: 롤스가 가정하는 ‘무지(無知)의 베일’을 쓰고 계약상황에 들어간 사람들이 자신이 자칫 그 소수에 끼지 못할 위험 때문에 그걸 택할 수 없다는, 그런 것인가요?!

강: 롤스처럼 사회의 최저수혜자의 이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기본신조가 있는 사람이어서 반박할 수밖에 없는 면도 있지만, 가치의 다원주의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라면 또 그렇게 반박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샘: 그래요. 그런데 롤스는 완벽주의를 뭐라고 규정하고 있나요?

강: 예술과 과학과 문화에서 인간의 탁월성을 최고도로 성취하는 것을 요구하는 이론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사회정의론』에서요.

샘: 그렇군요. 나와 같군요!

강: 흐흐, 그런데요, 선생님. 완벽주의 도덕이론의 갈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샘: 그래요. 한 번 정리해 봐요.

강: 아, 아니에요, 선생님. 인간에게 선(좋음)이라는 가치의 갈래를 이야기하고 나서요. 인간에게 좋은 삶이라는 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행복한 삶이고 다른 하나는 탁월한 경지에 이른 삶, 성공한 삶이에요. 바로 이 후자가 완벽주의에 속하는 입장이에요.

샘: 자, 그러면 이제 완벽주의를 구분할 차례네요.

강: 예, 바로 저 후자의 완벽주의는 인성/인생에 무관한 완벽주의에요.

샘: 무관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강: 그 탁월성이나 성공 자체에 가치를 두는 입장이에요. 그게 인생에 주는 효과에는 무관심한 입장이에요. 예술적 경지나 과학적 성취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샘: 인생의 행불행에 무관하군요. 인성/인생과 유관한 완벽주의는 뭐죠?

강: 인성계발에 최상의 가치를 두는 입장이에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