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열세 번째입니다. 지난주에 비결과주의 이론 살펴보다가 끝났는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비결과주의의 대표주자인 칸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실까요?

샘: 그럽시다. 지난주엔 플라톤의 윤리관이나 기독교윤리 이야기를 했죠?

강: 예. 칸트는 행위의 도덕적 가치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무엇이라고 했어요?

샘: 행위의 의도, 동기입니다.

강: 그러면 좋은 의도, 선한 동기만 있으면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가 되는 건가요?

샘: 그건 또 아닙니다.

강: 그러면요? 행위자가 말하는 좋은 의도, 선한 동기를 믿지 못해서인가요?

샘: 아무튼 좋은 의도로 불충분합니다. 옳은 행위가 되려면 어떤 행위가 옳기 때문에, 그리고 단지 그 행위가 옳다는 이유만으로 해야 합니다.

강: 아, 그러면 행위 자체가 옳은 것이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샘: 의도적 행위가 모종의 원칙을 따르는 행위여야 합니다.

강: 무슨 원칙인가요?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샘: 일종의 논리적 원칙이에요. 의무가 될 수 있는 행위는 그 논리적 원칙에 따르는 것이어야 합니다.

강: 그런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게 무슨 뜻인데요, 선생님?

샘: 모든 사람이 같은 원칙에 따라서 행동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강: 논리라는 게 그러니까, ‘내가 되면 남도 된다’는 뜻이네요. 그런데 안전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자기 발만 빼려고 일단 인정한다고 말로만 하면 문제인데요. 아무튼 예를 들어서 이야기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샘: 그래요. 예를 들어서, 약속을 어기는 게 이익이 되니까 약속을 위반하는 행위를 칸트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봅시다.

강: 약속을 지켜서 이익이 될 때에는 지키고 어겨서 이익이 될 때는 어기는 경우 말씀이군요?

샘: 그렇게 선택적으로 약속을 지키기도 하고 안 지키기도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강: 약속을 만드는 사회적 관습이 없을 것이다, 그런 말씀 하시려는 거죠?

샘: 그거에요. 어겨서 이익이 될 것 같으면 아무도 약속을 안 지키겠죠?

강: 그러니까, 나 자신에게서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남들에게도 보편화할 가능성도 있어야 하는 거네요. 내가 어겨서 이익을 챙기겠다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을 해보면 되는군요?

샘: 그렇죠. 지키기도 하고 어기기도 하는 걸 허용한다면, 약속에 관해서는 지켜야 할 책임이 없다는 원칙을 만든 게 되죠.

강: 그런데 ‘그건 보편화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결과에 관계없이 약속을 어기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그르다고 판단한다’는 말씀이네요.

샘: 그렇죠, 언제나 어디서나 그른 일이죠.

강: 그러면 약속을 지키는 행위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기 때문에 지키는 경우에만 도덕적 가치가 있는 것이고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