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열한 번째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공리주의 이론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요.

샘: 그래요. 그럼 이번에는 더 심각한 문제로 가봅시다.

강: 이론 자체가 뭘 어떻게 하는 것인지 사실은 분명치 않다는, 이론 내부의 문제는 지난번에 얘기 했으니 오늘은 이론 외부적인 문제를 이야기해 주시죠. 일단 외적인 문제라는 게 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선생님.

샘: 공리주의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또, 그 요구대로 행동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가정한 다음에 남는 문제를 말하는 겁니다.

강: 어떤 상황에서 기왕이면 더 많은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누리도록 하자는 게 아주 단순명료해 보이지만 지난 시간에 풀어주신 대로 사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분명치가 않았는데 일단 그런 문제는 없는 걸로 하자는 말씀인가요?

샘: 그렇죠! 그렇다고 해봐도 문제가 많다는 이야길 할 참이니 들어보세요. 이런 비난이 있어요. 공리주의가 하라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리주의는 안 되겠다는 비판입니다.

강: 아, 선생님, 그건 좀 막 나가는 것 같아요.

샘: 그래요? 공리주의에서는 어떤 행위가 옳은 행위죠?

강: 이익(행복, 효용)을 극대화하는 행위죠.

샘: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 다수가 큰 이익을 누리는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죠? 결과가 좋지만 그른 행위죠. 그래도 공리주의자는 그런 행위가 옳다고 하겠죠?

강: 그렇게 공격하고 공리주의를 논박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제가 아는 한 그걸 수용하는 공리주의자는 없는데요.

샘: 그래요? 그건 그 공리주의자이니 공리주의 이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죠.

강: 그래도 자기가 옹호하는 이론을 그런 식으로 공격하는데 공리주의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샘: 당연하죠. 이론을 잘못 이해하고 비난한다고 반박하죠.

강: 오해에 기초한 비판이란 말씀이죠? 무슨 오해라는 건가요?

샘: 행위가 아니라 지침이나 규칙을 평가하기 위한 원칙이 공리주의의 원칙인데, 행위를 평가하기 위한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고 하죠!

강: 예,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어떤 규칙이 있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온다면 그 규칙과 지침은 공리주의 원칙에 따라 정당화가능하다는 말씀이죠?

샘: 규칙이나 지침이나 정책이나 공리주의 원칙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는 거죠.

강: 그렇다면요, 아까 말씀하신 상황, 그러니까, 무고한 사람 한 명을 처벌해서 다수가 행복해지는 상황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샘: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선 안 된다는 규칙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강: 한 명 죽고 나머지 살자는 게 아니라 한 명까지 포함해서 전체를 위하는 규칙이네요, 아주 공리주의적인!!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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