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일곱 번째입니다. 지난 시간엔 도덕 개념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는 이야기로 끝냈는데요.

샘: 그렇죠. 그게 바로 그 다른 관점 자체가 도덕의 실체라고 했어요.

강: 그래도 이런 식으로 도덕 언어의 개념 정의를 똑 떨어지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은 마치 법전에 실린 용어를 현실에 적용할 때 생기는 문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샘: 그런가요?

강: 예,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언어와 경험의 괴리. 그리고요, 선생님?

샘: 네, 이야기해보세요.

강: 의사의 진단도 마찬가지에요. 결국 어느 지점에서는 퍼지(fuzzy)해요.

샘: 그렇죠, 사실.

강: 수축기 혈압이 135를 초과하면 고혈압이라고 했는데 작년 말에는 미국에서 기준을 내려야 한다는 예고가 있었는데, 어떤 면에서는 문제에 대한 대처방법의 일환일 수도 있고요.

샘: 그렇죠, 모두가 동일한 수치를 기준으로 “삼아서” 치료하자는 거니까요.

강: 그렇지만 이건 새겨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책에 쓰신 대로 우리가 개념 정의(definition)를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understanding)는 할 수 있다는 것이요!

샘: 맞아요. 개념 정의가 똑 떨어지게 안 된다고 해서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 도덕 언어 중에서 ‘옳음(right)’을 예로 들어 말씀하셨더라고요!

샘: 그래요. 그걸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이를테면, 어떤 특정 행동을 미미시피 강 동쪽에서 한 경우는 옳고 그 외의 경우는 그르다고 정의해봅시다.

강: 흐흐, 예. 말도 안 된다고 당장 반대할 겁니다.

샘: 그러면 이건 어때요? 힘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옳음이라고 정의하면요?

강: 어떤 조치가 힘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건 그르다고 할 겁니다.

샘: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죠. 도덕 언어에 대해 우리는 부분적이지만 이미 이해하고 있는 게 있다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개념 정의는 적절하게 물리칠 수가 있다고 말이죠.

강: 예, 선생님. 거기에 도덕 언어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는 단초가 있기도 하고요!

샘: 그래요, 옳음(right)의 예를 들어보면, 그게 뭐든지 간에, 우리가 그걸 뭐라고 정의하든지 간에, 힘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될 수는 없어요. 방금 이야기한 사례는 우리에게 깊이 자리 잡은 확신이나 태도, 즉, 우리의 도덕적 직관에 호소하고 있는 경우에요.

강: 그리고 또 하나 책에서 제가 눈여겨 본 것이 바로 고정점 이야기를 하신 부분이에요.

샘: 그래요. 견해차가 분분하고 모두가 주목하는 문제만 도덕적으로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강: 예. 간단하고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그런 사례가 우리의 도덕 판단에서 일종의 고정점(fixed point) 역할을 한다고 하셨어요. 지레로 치면, 받침점(fulcrum)같은 역할이라고 할까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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