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여섯 번째입니다. 지난 시간엔 법과 도덕, 경제학과 도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샘: 그래요. 판단의 영역으로서의 도덕은 여타의 분야와 다릅니다.

강: 도덕이라는 영역에 뭣이 들어있는지 설명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도덕이 다른 영역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이셨어요.

샘: 맞습니다. 어떤 상황의 도덕이란 가치와 당위에 대한 물음이고, 그 상황에 대한 사실은 경제학적 사실, 법적 사실, 심리학적 사실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강: 그 두 가지가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도덕적 판단은 그 상황에 대한 사실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는 편이고요.

샘: 그렇게 해서 과연 어떠한 사실들이 도덕적 판단에서 고려해 볼만한 사실인가라는 물음이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강: 예, 선생님. 그러면 이제 도덕의 주제에 대해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샘: 도덕적 판단은 개념들의 묶음을 다룹니다. 이를테면, 정의, 인간의 존엄성, 권리, 권리의 상충, 형평, 미덕, 의무, 행위의 옳음과 그름 등이죠.

강: 그런 개념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명료화하는 것은 쉽지 않고 책에선 이 부분을 더 다루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샘: 그렇습니다. 그저 여기서는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연관되는 쟁점들이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해 두려고 합니다.

강: 논의가 진행되면서 차차 나올 테니까요.

샘: 미리 분명한 개념정의를 해 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강: 네. 딱 떨어지는 정답을 추구하는 경우는 그걸 더 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질병은 어떤 약제의 적응증이다, 이런 식의 정답 말입니다.

샘: 개념에 대해서 동일한 정의를 내리고 출발하면 소통이 잘 될 것이고 혼란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쉬워요. 학생들도 강의시간에 그걸 원합니다. 근데 그게 불가능한 일입니다. 심정이야 물론 이해하지만.

강: 예, 선생님. 그래서 도덕적 개념의 정의는 단순한 언어 탐구의 결과가 아니고, 실질적인 내용이 들어가는 문제라고 강조하셨어요.

샘: 그래요, 내 말 들어보세요. 누군가는 옳다는 것을 다수의 바람에 따르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신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 이렇게 되면 우리가 다투는 것이 용어에 대한 것인가요? 실체적 내용에 대한 것인가요? 용어의 이해는 공유하긴 하는데 단지 적용 면에서 의견차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용어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없는 것일까요?

강: 비유로 말씀하셨는데, 예를 들어, 동일한 균주에 페니실린을 쓰는 의사와 테트라사이클린 쓰는 의사가 있으면 실험으로 논란을 없앨 수가 있다고 하셨어요. 맞는 말씀입니다.

샘: 그렇지만 도덕 판단에서의 의견 차이는 같은 개념에 대한 여러 관점 중에서 하나의 관점을 지지하는 데에서 생기는 겁니다. 도덕의 실체에 대한 의견 차이란 말이죠!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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