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다섯 번째입니다. 지난 시간엔 법과 도덕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습니다.

샘: 그렇죠.

강: 법에 대해서 사유하는 분야로 법철학이나 정치철학 등이 있지만 이 분야는 가치와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으니 윤리학과 긴밀한 관계이긴 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샘: 그래요, 책에도 썼지만, 법을 해석하는 과정이 도덕적으로 중립일 수가 없어요. 법의 텍스트는 물론이고 입법의도도 챙겨야 하고 공익도 따져야 하고 선례도 봐야하고 상식도 고려해야 하는 거니까요.

강: 예, 선생님 적으신 내용에서 와 닿는 것 중 하나가, “법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백한 경우에도, 무엇이 옳은 것인가라는 물음이 여전히 남는다.”는 대목이었어요.

샘: 그렇죠,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불복종의 문제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강: 결국 도덕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법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다 청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 법과 도덕이 구별된다는 것이죠?

샘: 그래요. 법이 도덕과 무관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법적 사실들은 도덕적 숙고와 상당히 연관이 깊어요. 하지만, 법에 순응하는 것 자체가 도덕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강: 예. 선생님, 경제학과 법의 관계도 마찬가지죠?

샘: 경제학이 다루는 문제는 도덕적 이슈와 긴밀하게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요. 생산과 공급과 수요와 가격과 분배 등의 이슈 모두가 사실은 사회정의와 평등과 인간의 욕구와 필요의 충족이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잖아요, 그렇죠?

강: 예! 그렇지만 하나의 사례를 경제학적으로 모조리 분석을 다 한다고 해도 무엇이 옳은가에 대해 그 어떤 도덕적 결론도 도출할 수가 없어요.

샘: 그래요. 도덕적 판단에 경제적인 고려가 동원되기도 하지만, 도덕 판단이 경제적 판단이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니까요.

강: 참 묘한 분야에요. 자를 가지고 재면 의견의 차이가 해소되는 것과 같지도 않은 문제이면서, 또 그렇다고, 취향의 문제처럼 그냥 다른 도덕적 의견을 선호나 취미 판단으로 치부하기도 불가능하고요.

샘: 그렇죠. 의견이 다른 것 자체가 도덕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강: 예. 도덕이나 윤리가 뭐냐고 했을 때 학생들이 윤리도덕은 답이 없고 법은 답이 있다고 하는 게, 바로 이 점과도 맞물려요.

샘: 음, 그렇군요.

강: 그렇지 않나요? 답을 정하는 것, 답을 정해나가는 것이 윤리도덕의 문제 자체니까요!

샘: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강: 그런데 근현대윤리학의 맥락을 보면 답을 ‘정해주는 (정해줄 수 있는 것 같이 보이는)’ 데에 골몰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규범윤리학이 강세를 보이면서, 외부인이 보면 윤리학자들이 자기들끼리 북 치고 당구 치고 다 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샘: 그래요?

강: 예, 선생님, 제가 좀 단순화한 면도 있긴 하지만요. 의료윤리도 마찬가지에요. 윤리학 하는 사람들이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이 있는 것 같아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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